‘인생 칠십은 고래로 드물다’(人生七十古來稀)- 성당(盛唐)의 시인 두보의 시 ‘곡강(曲江)’에 나오는 구절이다. 유사한 구절이 오늘날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獨裁七十古來稀’라고 할까. 어떤 형태든 독재 권력은 7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다.
영원히 지속 될 것 같았다. 그 멕시코 제도혁명당의 1당 독재체제(1929~2000년)는 71년 만에 붕괴됐다. 타이완의 국민당 독재체제(1927~2000년)가 누린 수명은 73년이다. 저 무시무시하던 소련공산제국도 결국 74년(1917~1991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19년 10월1일. 공산당 통치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새삼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 이 ‘독재체제 70년 한명(限命)론’이다. 동시에 관심은 70년 넘도록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전 세계의 유이(有二)한 독재체제에 쏠리고 있다.
공산당 통치 중국과 3대 세습의 북한(71년), 이 두 체제,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공산당 독재체제는 얼마나 오래 버틸까 하는 것이다.
“언제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중국공산당 1당 체제는 거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것 같다.” 중국문제 전문가 민신 페이의 진단이다. 2049년, 시진핑은 건국 100주년을 맞아 세계 패권국가 ‘중국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산당 1당 체제가 그때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비약적 발전을 이룩한 시기는 마오쩌둥 이후 지난 40년의 기간이다. 국내외적 여건 상 이 기간은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일종의 황금기였다. 앞으로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공산당 통치는 머지않아 황혼기를 맞을 것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
무엇이 중국공산당 1당 체제의 몰락을 불러오고 있나. 그 첫 번째 변수로 지목된 것이 ‘분노한 미국’이다. 두 번째는 강한 역풍을 맞고 있는 중국경제다. 그리고 날로 심화되고 있는 국내의 정치적 불안이 마지막 변수로 지적됐다.
이 세 가지 변수가 공교롭게도 동시에 겹치면서 중국공산당 체제의 앞날에는 아주 짙은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무엇이 미국의 분노를 불러왔나. 살만해지니까 너무 고개를 뻣뻣이 쳐들었다고 할까. 세계적 경제적 파워로 성장하자 중국은 ‘근육질’의 해외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은 세계패권 추구의 야망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
그에 뒤따른 것은 미국의 대대적인 반격이다. 무역전쟁에, 기술전쟁, 인도-태평양 전략 도입 등 경제, 외교, 군사 등 모든 전선을 망라한 ‘올 코트 프레싱’ 작전으로 트럼프행정부는 중국을 몰아가고 있는 것.
그런데다가 중국경제는 아주 심한 역풍을 맞고 있다. 생산인구 급증, 시장자유화 등 지난 40년간 고도성장을 가능케 한 국내외 요인이 모두 사라졌다. 거기다가 경제개혁에도 실패했다.
최악의 사태는 국내 정정 불안에서 올수도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돼있다. 집단지도 체제에서 시진핑 1인체제로 전이하면서 중국공산당 통치구조는 날로 경직되어간다. 이는 과거 마오쩌둥 시대와 같은 정치적 대참사를 불러올 가능성마저 있다는 진단도 불러오고 있다.
“지정학적 구조판이 흔들리면서 중국공산제국의 불가피한 해체가 이미 시작됐다.” 또 다른 중국문제 전문가 조지프 보스코가 중국건국 70주년을 바로 앞둔 시점에서 내린 진단이다.
보스코 역시 지난 40년, 그러니까 본격적 개혁개방이 시작된 70년대 말에서 최근까지를 중국공산당 통치의 황금기로 지목했다. 그러니까 전후 40년 유럽의 절반을 점령하고 전 세계적으로 공산통치를 확장시킨 소련공산제국의 전성기 40년과 비교될 수 있다는 것.
그 전성기 세월 40년의 끝자락에 찾아든 것은 그러나 소련제국의 몰락이다. 중국의 운명도 이와 흡사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 뚜렷한 예후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 공세에 따라 휘청거리는 중국경제, 그리고 홍콩사태를 지목했다.
미국의 압력도 압력이지만 홍콩사태를 특히 주목한 이유는 그렇다. 일국양제(一國兩制), 그러니까 99.9%는 공산당 치하에서 노예로 0.1%는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제도는 결코 존립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중국 공산당지도부는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다.
자유를 누리는 사람은 전체 14억 가까운 중국인구에 비하면 한줌도 못되는 홍콩주민이 전부다. 문제는 자유에의 염원이란 정치 바이러스가 지닌 강력한 전염성이다. 그러니 차단이 시급하다. 일국양제를 보장한 2047년까지 기다릴 수 없다. 타이완은 말할 것도 없고 티베트인, 위구르인, 기독교인, 그리고 한(漢)족 사회에까지 그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30년 전 자유에의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거대한 항쟁이 발생했다. 톈안먼사태다. 그 경험을 공산당은 결코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서둘러 방역작업을 벌이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그것이 자유화 시위로 번진 홍콩사태로 베이징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꺼져가는 경제, 무역전쟁, 만연한 돼지열병, 그리고 홍콩사태에 따른 흉흉한 소문. 베이징 당국은 건국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중국사회 곳곳에는 검은 구름이 잔뜩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가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다.
어느 체제가 먼저 붕괴될까. 70세를 맞은 공산당 통치의 중국일까. 71세의 수령절대주의 북한체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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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