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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2019-09-25 (수) 12:00:00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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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세포벽 분해 어렵지만 영지 등 식용 가능한 백색부후균, 속도 빠른 갈색부후균이 가능케

▶ ‘버섯여과’ 물속 오염물질 거르고 간버섯은 염색 폐수 정화에 효과
농산물 등 부산물 단당류로 분해, 바이오원료 생산도 쉽게 만들어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갈색부후균에 의해 분해된 목재의 모습. 갈색부후균은 침엽수의 고목에서 주로 자라는데 갈색부후균이 자라는 목재는 심재(나무줄기의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가 종과 횡으로 작게 갈라지면서 갈색으로 변색하는 특징이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균사와 자실체.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균사체가 성장하면 자실체인 버섯이 된다. 버섯은 균류 중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자실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꽃송이버섯. 아고산지대에 많으며 살아 있는 나무의 뿌리, 근처의 줄기나 그루터기와 연결된 땅에 발생한다. 나무뿌리나 밑동에 심재부후를 일으키는 균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노루궁뎅이. 식용버섯으로 여름에서 가을까지 졸참나무나 떡갈나무 등 활엽수의 줄기에 한 개씩 자란다. 건조하면 스폰지 모양이 되며 물을 빨아들인다. 최근에는 톱밥을 이용한 식용재배가 가능해졌다.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영지. 1년생 버섯으로 여릉에서 가을에 걸쳐 활엽수 뿌리 밑동이나 그루터기에서 주로 자란다. 악용으로 많이 쓰이며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다.


생태계 분해자, 버섯·곰팡이 “잘 썩혀야 세상 잘 돌아가요”

백색부후균으로 덮인 나무.



자연은 인간의 간섭이 적을수록 유기적으로 잘 돌아갑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생물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중 자원(물질) 순환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생물이 바로 버섯, 곰팡이, 효모 같은 균류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꼭 필요한 생태계의 분해자인 균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균류, 자연의 문제 해결사


봄과 여름의 숲 속 나무들은 푸르른 잎으로 자신의 세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여름까지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들은 가을이 되면 땅으로 떨어져 낙엽이 되죠. 일부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부러지고 땅에 떨어져 낙지(落枝)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낙엽과 낙지가 되는 양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 하셨던 분도 있을 텐데요. 강원도 계방산 활엽수림 내의 연간 낙엽ㆍ낙지의 발생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연평균 1헥타르당 6,593㎏라고 합니다. 도시의 가로수 한 그루만 해도 연간 100㎏ 정도의 낙엽을 발생시킨다고 하니 정말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많은 양의 낙엽과 낙지가 매년 발생해 그대로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에 동물이 배설하는 배설물까지 분해되지 않고 쌓이게 된다면? 상상만 해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과 인간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식물들도 낙엽에 싸여 더 자라기 힘들 것입니다. 다행히도 자연계에는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이 항상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 해결책이 균류에 의한 분해입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곳은 많은 분의 노력 덕분에 쓰레기가 잘 처리돼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의 노고로 낙엽이 우리 눈에서 깨끗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자연계에도 이처럼 환경을 위해 많은 생물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쁘게 일하고 있답니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썩는다는 의미를 부정적인 의미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유기물이 썩는다는 것은 물질 순환이자 새로운 생물체에 공간을 부여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큰 너무나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식료품이나 목조주택의 기둥 등이 썩는 피해는 분명 해롭게 여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도 죽게 되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듯 모든 생명체의 부패는 자연스럽고 당연히 일어나야 할 생명 현상의 일부입니다.

음식으로도 먹을 수 있는 백색부후균

일반적인 나무의 세포벽 구성 성분은 탄수화물의 일종인 셀롤로오스 50~60%, 헤미셀롤로오스 15~20%, 그리고 목재의 뼈대를 이루는 리그닌 20~30%의 비율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의 세포벽 구성 성분들은 분해가 잘 되지 않아 분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길게는 3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미생물과 미소생물의 종 다양성이 높으면 분해 속도가 훨씬 빨라지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종 다양성이 낮은 지역의 분해 속도는 상대적으로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목의 부후(腐朽ㆍ분해)와 관련된 균류는 크게 백색부후균과 갈색부후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색부후균은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을 모두 분해할 수 있는 균류입니다. 목재가 분해된 뒤에도 색깔 변화가 없거나 흰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 갈색부후균의 경우와 달리 어느 정도 부패하게 되면 부스러지는 형태를 보입니다. 대표적인 백색부후균으로는 최근 식용과 약용으로 인기가 많은 노루궁뎅이, 영지, 간버섯, 말굽버섯, 아카시재목버섯 등이 있습니다.

낙엽이 많이 쌓인 축축한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낙엽분해균들은 대부분 백색부후균에 속합니다. 백색부후균은 활엽수와 침엽수 모두 분해 가능한데요. 리그닌이라는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을 분해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효율성에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위해서는 효율성만이 전부가 아니겠지요. 힘들지만 본인이 가진 능력을 열심히 발휘하고 있는 착한 균류가 바로 백색부후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중 노루궁뎅이는 참나무류에 서식하는 버섯으로 모양이 노루의 궁뎅이와 같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는데요. 이제는 재배가 가능하게 돼 어렵지 않게 음식으로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노루궁뎅이는 찌개에 넣어 먹어도 되지만, 말린 버섯을 따스한 물에 넣어 차처럼 우려 마시고, 차로 마시고 남은 버섯을 찌개에 넣어 요리하면 두 번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영지는 대표적인 약용버섯으로 중국 진시황이 찾던 불로장생의 약으로 여겨져 불로초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영지는 땅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땅속의 나무뿌리 등에 자라는 것이랍니다.

목재 분해의 고수, 갈색부후균

갈색부후균은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의 고목에서 주로 자랍니다. 갈색부후균이 자라는 목재는 심재(나무줄기의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가 종과 횡으로 작게 갈라지면서 갈색으로 변색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는 갈색부후균이 목재 심재의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한 뒤 남아 있는 리그닌의 갈색 색소 때문입니다. 리그닌은 나무의 뼈대를 이루는 성분으로 분해가 어려운 대표적인 물질입니다. 자연계에서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생물은 균류가 거의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갈색부후균에는 항암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꽃송이버섯을 비롯해 조개버섯, 덕다리버섯, 복령 등이 있습니다. 꽃송이버섯은 주로 침엽수림 내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항암성분이 많다고 해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윳빛 버섯이 꽃처럼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재배가 되면서 예전보다 저렴하게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복령은 땅속에 자라는 버섯으로 목질 덩어리로 보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땅속에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쉽게 발견이 되지 않아 필자도 아직까지 실제로 채집한 적은 없습니다. 약초꾼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검게 변해 소나무 그루터기 주변에 존재한다고도 합니다.

목재 분해에 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는 백색부후균에서 진화돼 나온 갈색부후균은 진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를 상실했는데도 백색부후균보다 목재 분해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연구를 통해 갈색부후균은 목재를 분해할 때 다른 물질을 산화시키는 활성산소족과 분해효소를 이용해 보다 빨리 목재를 분해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화를 거치며 유전자를 많이 잃어버렸지만, 조력자인 활성산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ㆍ소의 똥에서도 버섯이 자란다?

초식동물의 배설물에서만 자라나는 버섯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버섯들은 초식동물 배설물의 분해를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목장말똥버섯은 3㎝ 미만의 갓에 비해 15㎝ 미만의 긴 대를 가지고 있으며, 갓 둘레에 표피조각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으로 주로 말이나 소의 똥에서 발견됩니다. 이러한 버섯의 포자들은 초식동물이 먹는 식물의 잎 등에 붙어 있다가 초식동물의 뱃속에서 발아한 뒤 배설된 똥에서 자실체(균류의 홀씨를 만들기 위한 영양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조금은 더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독특한 방식의 물질 순환을 위한 촉매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비닐 등은 모두 환경호르몬이라는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현대인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를 분해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색부후균이 분해하는 단단한 구조인 리그닌은 환경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따라서 백색부후균이 환경호르몬을 분해할 수 있을 거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연구들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최근 균류의 물질 분해 능력을 이용해 오염물질 정화에도 이용하고자 다양한 연구와 실제 적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균류의 균사가 생육하고 있는 볏짚 혹은 나무 조각들을 넣은 천연재료로 만든 가마니를 소형 실개천 등에 넣는 방식이 있습니다. 버섯여과(Mycofiltration)라고도 부르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흐르는 물이 가마니를 통과하면서 오염물질이 균류에 흡착되거나 분해되면서 수질이 정화된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1차적인 정화로, 우리나라의 작은 축산농가에서 배출하는 폐수를 정화하는 방법으로 이용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균류로 느타리버섯을 쓰게 되면 나중에 느타리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5년 전 백색부후균인 간버섯으로 염색폐수를 정화하는 연구를 통해 간버섯이 염색폐수의 정화에 큰 효과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실험실 수준의 오염정화입니다. 대규모 시설에서의 현장 적용은 다양한 변수가 있어 추가 연구가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환경오염 해결사로 활용되는 균류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고자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중 바이오연료 생산 과정에 활용되는 균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연료 생산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균류가 식물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인 리그닌,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능력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바이오연료 생산에 식량자원인 콩이나 옥수수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식량 문제가 생기고 생산단가가 높아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식물 혹은 농산물의 부산물을 원료로 이용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때 가장 어려운 문제가 원료들의 리그닌, 셀룰로오스 등을 분해해 발효에 이용 가능한 단당류로 만드는 것입니다.

옥수수 농장의 예를 들어보죠. 잘 키운 옥수수는 수확한 뒤 옥수수 알맹이만 분리해 가축의 사료 등으로 이용하게 됩니다. 이때 수확하고 남은 옥수수 식물 자체와 옥수수 알맹이를 제거하고 남은 부산물은 퇴비로 이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균류를 활용해 이러한 부산물을 분해하고 단당류로 만들어 바이오원료의 발효에 사용하면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질 뿐 아니라 친환경 연료를 생산함으로써 지구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균류는 생태계에서 단지 물질 순환을 위한 분해자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균류는 분해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균류가 생산자의 역할을 통해 만드는 것이 바로 버섯입니다. 균류는 자연계에서 실 모양의 균사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그 세력을 키워갑니다. 그러다 자손을 퍼트리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신호가 오면 자실체라는 우리 눈에 보이는 버섯을 만들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버섯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은 25도 내외의 온도와 높은 습도인데, 우리나라에선 장마가 끝난 이후부터 추석 전후의 가을에 조성됩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자실체는 사실 균류가 종족 번식을 위해 만든 창조물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충실히 일하고 있는 균류의 이용 범위는 과학이 발전할수록 넓어질 것입니다. 단시간에 눈으로 보이는 것은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언젠가 산에서 버섯을 만나게 된다면 그곳이 바로 물질 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공장이며 버섯은 그 공장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길 바라 봅니다.

<김창무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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