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은행 대출부서 구인난에 ‘스카웃 전쟁’

2019-09-20 (금)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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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성 갖추는데 수년 걸려, 경력 2~3년차까지 영입 대상...알선 직원엔 소개비 지급도

▶ IT 부서도 한인 인력 부족, 비한인 직원이 절반 넘어서

실업률이 3.7%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취업자 마켓으로 바뀌면서 한인 은행권도 대출과 IT 등 일부 부서를 중심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특히 대출부서의 경우 한인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인은행들이 치열한 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2분기 현재 미 서부지역 10개 한인은행들의 총 대출규모는 235억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한 상태로 은행마다 증가한 대출 규모를 감당할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론 오피서의 경우 수년간의 교육과 실무, 네트워킹 경험을 갖춰야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등 전문성이 필요해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이 항상 타이트하기 때문에 은행 간 론오피서 빼가기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주로 경력 5~10년의 중견 대출 직원들이 주 스카웃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경력 2~3년차 직원들도 스카웃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한인은행의 경우 직원을 데리고 올 경우 소개비(Referral fee)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한 대형 한인은행의 경우 최근 대출부서 직원 여러 명이 경쟁 한인과 주류은행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경쟁 한인은행에 손길을 뻗치면서 은행 간 신경전까지 벌이지고 있다.

남가주 한인은행들이 지난 수년간 텍사스와 조지아 등 타주로 지점망을 확장하는 등 직원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구인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주에 지점을 최근 오픈한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지점 자리까지 확보했으나 론오피서 등 필요한 직원을 구하지 못해 개점이 지연됐다”며 “요즘에는 인력 확보가 신규 지점 개점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주류 은행과 중국계 은행까지 한인마켓 공략을 위해 한인 론오피서와 마케팅 직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주류은행 관계자는 “영어구사에 지장이 없는 1.5세와 2세 한인들의 경우 오히려 주류은행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며 “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류은행에 일하는 한인 직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론오피스 등 대출부서 직원들이 부족해지면서 한인은행들은 연봉과 커미션 등 대우 수준을 높이고 일부 은행은 행정이나 오퍼레이션, 마케팅 부서 직원 중 지원을 받아 대출 부서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한 한인은행 인사 관계자는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입사 지원을 받기 보다 요즘에는 다양한 구직사이트를 활용하고 직원 인맥까지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며 “은행이 안정적인 직장이고 401(k)와 의료보험 등 혜택이 좋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고용시장 호황으로 대졸자가 지원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 직원 채용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직원 양성에 나서기보다는 필요하면 경쟁은행에서 빼온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인은행들이 최근 수년간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IT 부서의 경우 필요한 인력을 한인으로만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비한인 직원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와 한미은행의 경우 IT 부서의 비한인 직원이 절반 수준을 훌쩍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은행에 따르면 최근 채용한 한인 IT 부서 직원 10명 중 7~8명 정도가 비한인 직원일 정도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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