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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새빨간 사과만 맛있다?…‘꼭지’ 달린 사과 고르세요

2019-09-18 (수) 12:00:00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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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사귀 통해 광합성, 맛·영양 쑥

▶ 꼭지 따면 고유의 향·당도 변해

[강레오의 테이스티 오딧세이] 새빨간 사과만 맛있다?…‘꼭지’ 달린 사과 고르세요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벌써 여러 해 사과 산지를 여기저기 방문했다. 우리나라에는 둘째라면 서러워할 만한 쟁쟁한 사과 산지가 많이 있다. 영주와 청송, 칠곡, 충주, 장수 등 많은 지역에서 사과가 출하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의성 사과가 맛있는 사과로 꼽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차를 타고 의성군 옥산면으로 들어가는 동안 멀미가 날 정도로 구불거리는 길을 지나며 많은 농장이 분지 형태인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일교차가 큰 편이라 사과 농사에 적합한 지역임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게 한참 여러 농장을 지나며 드디어 오늘의 방문 농장에 도착해 배창원 농부를 만났다. 건장한 체구와 따뜻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요즘 시골에서는 만나기 힘든 젊은 농부였다. 그간 여러 사과 농장을 다니면서 어릴 적 기억 속의 풍성한 가지와 풍성한 잎이 있는 사과나무는 그림 속에만 있는 것인지 항상 아쉬웠다. 대부분 사과나무에는 잎사귀가 별로 없이 앙상하게 보이는 나뭇가지에 사과만 주렁주렁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창원 농부의 사과밭을 보면서 그간의 걱정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사과나무도 일반 다른 농장들에 비해 크고 굵고 건강해 보였으며, 게다가 사과잎을 따지 않고 그대로 같이 자라고 있어 나무도 건강해 보였다. 배창원 농부는 가급적 잎사귀를 그대로 둔다고 했다. 많은 사과 농장들은 사과가 햇볕을 골고루 쬐어 빨갛게 물들도록 대부분 입을 제거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무는 잎사귀를 통해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과실로 전달하며 맛과 영양분을 축적한다는 일반 상식을 단순히 사과를 빨갛게 만들어야 상품성이 좋다는 생각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빨간 사과가 보기에는 좋지만, 잎사귀 밑에 살짝 가려져 있더라도, 그 과실이 햇볕을 직접 받지 못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빨간색이 아닐지라도 오히려 맛이면 맛, 영양이면 영양 면에서는 훨씬 뛰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사과의 맛과 영양을 사과의 빨간 색깔과 맞바꾼 셈이다. 왠지 나부터도 빨간 사과를 더 선호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로도 창피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늘 궁금했던 부분도 이번에 백창원 농부를 통해 알게 됐다. 유럽에서 생활하던 시절, 마트에 가보면 사과에는 꼭지가 항상 달려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보니 꼭지가 있는 사과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꼭지의 유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동안 사과 꼭지를 따서 유통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꼭지가 있는 사과는 유통할 때 서로 찔려 상처가 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통사의 요청으로 제거했지만, 꼭지를 따는 인건비는 고스란히 사과 가격에 포함되어 농가와 소비자에게 부담됐다는 했다. 특히 꼭지를 따면 사과 고유의 향과 맛이 변하는 단점이 있었다. 오히려 꼭지를 따지 않는 사과가 그 특유의 당도나 맛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단다.

더 좋은 사과를 키우고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그의 생각을 대하고 나누며 농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맛있는 사과를 고르는 방법은 뭔지 묻는다면 지금부터는 이렇게 답하면 된다. “지금 들고 있는 사과에 꼭지가 있습니까?” 라고 말이다.

<강레오 ‘식탁이 있는 삶’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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