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주 한글날’제정의 의미

2019-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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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경일 ‘한글날’이 이제 캘리포니아에서도 우리글을 기념하는 ‘한글 데이’가 되었다.

가주 의회는 매년 10월9일을 ‘캘리포니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하는 결의안(ACR 109)을 지난 달 30일 하원에서, 지난 9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446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이후 외국의 정부가 한글을 기념하는 날을 제정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가주 의회가 특정 소수계 언어의 기념일을 제정한 것 역시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의안 통과는 미주한인들에게 크나큰 자부심을 갖게 한다.


가주 한글날이 제정된 배경에는 최석호 하원의원을 비롯한 3명의 친한파 의원들과 한인 커뮤니티의 일치된 노력이 있었다. 지난 6월 3명의 의원들이 결의안을 상정하자 한국학교 관계자들과 학생, 학부모, 한인단체들이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온라인 서명과 지지 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으로 주 의회에 한인사회의 염원을 전달한 것이다.

가주 의회가 ‘가주 한글날’을 제정한 것은 두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한인사회의 정치력과 영향력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이다. 아울러 중요한 요인은 한류가 기여한 긍정적인 영향이다. K팝과 한국드라마, 음식, 패션 등 한국의 대중문화에 빠져든 타인종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의회의 다양한 기념일 제정은 다분히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제스처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번 ‘캘리포니아 한글날’을 계기로 미주한인사회가 이를 적극 활용한 다양한 사업과 캠페인을 펼치면 좋겠다. 한국어와 한글을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미 공립학교들에 한국어 수업이 늘어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홍보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실질적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지도록 총영사관과 문화원, 교육원 등 관련 기관들은 힘써주기 바란다.

마침 LA카운티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서예전’에는 한글서예 작품들과 함께 한글창제원리를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돼있다. 타인종 이웃 친지들에게 널리 알리고 관람하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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