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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간 중인 신입직원 임의 해고해도 될까

2019-09-11 (수)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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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인업주 상대 부당해고 소송 잇달아, ‘프로베이션 90일’ 내에 해고 가능 명기 땐 가능

▶ 사유발생 땐 구두·서면 경고 증거 남겨야 유리

직원 30여명의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업주 K씨는 최근 부당해고(wrongful termination)로 소장을 받고 깜짝 놀랐다. 뽑은 지 2주 만에 해고했던 히스패닉 직원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K씨는 이 직원이 출근한 첫날 업체의 규정과 함께 90일의 프로베이션(probation·수습)기간이 있다는 점, 특별한 사유없이 임의 해고(at-will)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명기한 고용계약서에 직원의 서명을 받아 두었다. 하지만 며칠 되지 않아 기존 직원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인사도 잘 하지 않는 등 직원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아서 K씨는 해고를 결정하고 이를 통보했던 것이다. K씨는 “고용계약서에 임의 해고 조항이 있음에도 명확한 해고 이유없이 수습기간을 지키지 않고 해고돼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신규 직원 선발시 관행적으로 활용하는 소위 ‘프로베이션’으로 불리는 수습기간 중 해고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한인 업주들이 늘고 있다.

해고 권한이 업주에게 있지만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당해고 등의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법조계에 따르면 수습기간 중 해고와 관련돼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한 근거를 고용계약서에 반영하지 않는데 1차 원인이 있다.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수습기간은 법으로 정해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직종을 중심으로 구직자의 능력 점검 차원에서 수습기간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휴가를 포함한 복리후생 적용을 미뤄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쓰는 경향이 더 많다는 게 한인 변호사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고용계약서에 특정 기일의 수습기간과 함께 임의 해고 조항을 함께 반영한 것에서 비롯된다.

90일이라는 특정 기일과 임의 해고가 서로 맞서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가주 노동법상 고용계약 기간을 특별하게 규정하지 않는 한 해고 권한은 업주의 고유 권한으로 임의 해고가 가능하다.

이승호 상법 변호사는 “서면으로 90일 수습기간이나 해고 사유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는 한 업주는 임의 해고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90일이라는 특정 수습기간이 끝나기 전에라도 임의 해고가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명기해 두어야 한다는 게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의 조언이다.


그렇다고 수습기간에 함부로 해고를 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한인 노동법 변호사들은 입을 모은다.

인종이나 국적, 성, 장애 등을 이유로 해고 해서는 절대 안된다.

여기에 수습기간 중 직원에게 계속 고용을 암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구두 경고 후 문서 경고를 해 해고 사유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부당해고 소송을 피하는 방법이다.

김해원 고용법 변호사는 “가주 노동법은 수습기간을 특별히 다르게 취급하지 않는다”며 “임의 고용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고용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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