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잘못 건드려 불이 들어왔다. 끌 수가 없다. 밤중에 염치 불구하고 옆집 문을 두드렸다. 옆집 부부는 “우리도 모른다”고 한다. 아파트 매니저에게 물어도 고개를 젓고, 밖에 나가 길 가던 사람을 잡고 부탁했더니 금방 꺼주긴 했지만 전화기 불 하나를 끄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란! 노인 아파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스마트 폰은 문명의 이기인가, 액물인가. 스마트 폰 때문에 노인들은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곳곳에 개설되는 노인대학이나 교회 등의 성인교육 프로그램에 스마트 폰 교실이 빠지는 법이 없다.
박만순씨는 인기 스마트 폰 강사다. 지금은 한인타운 시니어 커뮤니티센터와 세인트 바나바스 노인센터 등 5곳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때 8곳까지 강사로 나갔다. 컴퓨터를 가르치던 그는 우연히 스마트 폰 때문에 고민하는 노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 다음 독학으로 스마트 폰을 깨우쳐 스마트 폰 ‘기술’ 전수에 나섰다.
그가 나가는 스마트 폰 교실의 수강생은 70~80대가 주축, 최고령 학생은 93세라고 한다. 시니어 센터의 이번 학기 등록생은 60여명으로 전화기에 컴퓨터 기능을 얹은 이 만만치 않은 기기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들은 90%가 삼성 폰, 10% 정도가 아이폰을 가지고 있어서 번거롭지만 작동법이 다른 두 종류를 모두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왕초보 학생은 오는 전화를 받는 법도, 전화 거는 법도 모른 채 클래스에 온다. 볼륨 조절도, 이어폰 꽂는 것도 서툰 학생들에게는 미끄러지듯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강의의 1원칙은 쉽게 가르치는 것. 그림을 그려가며 하나하나 설명하지만 강사 한 사람이 일일이 개인지도를 하기는 어려운 일. 조금 아는 학생들을 곳곳에 끼어 앉도록 자리배치를 한다. 방학을 맞은 고교생들이 자원봉사를 나왔을 때는 여간 고마웠던 게 아니다.
중급으로 올라가면 친구 찾기, 채팅 등으로 발전한다. 사진 편집하고, 동영상 만들고, 생일 카드도 보낸다. 보통 신기한 게 아니다. 사진을 찍어 보내며 즐거워 하지만 사진 제대로 찍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찍고 보면 다리만 나오고, 얼굴은 반쪽이 되기도 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유튜브 접속. 별별 노래를 다 찾아 듣게 되고, 동영상을 보고, 다양한 건강상식도 찾아본다.
박만순씨가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스마트 폰을 배우면서 노인들이 자주 웃는다는 것이다. 웃음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져 가던 것 중 하나. 이모티콘으로 그날의 기분을 전하고, 좌우명도 올리면서 노인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노인들은 걱정이 많다. 무료라고 해서 한국의 자식에게 카톡 전화를 했던 사람은 은근히 켕긴다. 예전의 비싼 국제전화 요금이 생각나서다. 혹시 나중에 전화요금이 부과되는 일은 없을지 물어 보고 또 물어 본다. 시니어 센터는 학기가 3개월 단위로 돌아가는데 반은 재수강생. 배워도 돌아서면 잊어 먹기 때문이다.
구글 번역기와는 별도로 카카오에 번역기 기능이 있다는 것은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노인학생들에 비하면 스마트 폰에는 귀재 수준인 서울서 온 20대 젊은이들에게 카카오 번역을 물었더니 아무도 그 기능을 몰랐다. 물론 그 중 한 사람이 재빨리 그 기능을 찾아내긴 했지만.
한국서는 별 쓰임새가 없어서 그랬겠지만 카카오의 통번역 대상은 19개 국어나 돼 다인종 사회인 여기서는 카카오 번역을 친구로 초청해 놓으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이 기능을 배운 한 노인은 아파트 매니저와의 문제를 해결했다며 기뻐하고, 영어만 하는 손주와의 소통도 이제 가능해졌다며 좋아하는 학생도 있다.
중후한 인상에 선한 웃음을 짓는 박만순씨는 알고 보니 목사님. ‘조이펄 처치’의 담임으로 사역하면서 주중에는 노인들의 스마트 폰 갑갑증을 덜어 드리기 위해 무료 봉사하고 있다. 컴퓨터도, 스마트 폰도 독학으로 강사 수준에 이른 60대 중반의 그는 ‘퇴치’와 인연이 깊은 것 같다고 한다. 20대에는 문맹 퇴치, 한동안 컴맹 퇴치에 힘쓰다가 이제 ‘스맹’ 퇴치 5년째.
스마트 폰, 어디까지 알아야 스마트한 어르신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노인학생들은 스마트 폰을 배우며 동심으로 돌아가고, 클래스에는 웃을 일이 끊이지 않는다고 목사님 강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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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