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5년째… 이유있는 고집

2019-09-04 (수)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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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유독립’부터 ‘특수분유’ 제조까지 묵묵히 외길 걸어온 남양유업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분유 먹이겠다”, 3년 연구끝 우리기술로 분유 첫 생산

▶ 아기 변귀저기 모으며 혁신제품 개발...이물질 루머엔 생산시설 공개로 대응...이른둥이 분유 12년전 가격 쭉 판매

55년째… 이유있는 고집
55년째… 이유있는 고집


2013년 5월, 대리점에 대한 본사 직원의 ‘갑질’ 파문 후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블랙리스트’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에는 분유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루머에서부터 경영과는 무관한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혐의까지 잇따르며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자그마치 6년의 ‘수난시대’를 겪고 있는 이곳은 바로 남양유업(003920)이다.

그렇다면 이 기업은 어디일까? 국산 분유를 최초로 시판한 곳이자 이른둥이(미숙아)를 위한 분유를 12년째 가격 인상 없이 판매하고 있는 곳. 이에 대한 답 역시 동일하다. 한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견고해지는 사이,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과오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갑질 프레임에 가려진 또 다른 이면을 통해 하나의 완성체로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해 보인다.

◇남양유업의 시작… 국내 최초로 ‘분유 독립’ 이뤄=한국전쟁 직후 값비싼 외국산 분유는 일반인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비싼 값을 치르고 먹인다고 해도 외국산 분유는 한국인 아기들의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는 일본산 탈지분유와 미군대부에서 나온 미국산 조제분유가 전부인 시절이었다.

비료사업을 운영하던 고(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는 이 같은 현실을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에서 만든 분유를 먹이겠다”고 다짐했다. 1964년 남양 홍씨의 본관을 딴 ‘남양유업’이 이렇게 설립됐다. 그는 천안에 제1공장을 짓고 본격적인 분유 생산에 돌입했다. 덴마크 등 해외로부터 기술을 들여와 3년의 노력 끝에 1967년 1월 국내 최초로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남양분유’를 생산했다.

위기도 있었다. 1990년대 외국산 분유가 본격적으로 수입됐다. 10년간 아기 똥을 연구한 남양유업은 모유 자기방어성분인 ‘락토페린’을 배합한 ‘아기사랑 수’ 제품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이 같은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해 남양유업 연구원들은 병원과 산후조리원, 일반 가정집까지 방문해 변 기저귀를 모으며 집요하게 아기의 똥을 관찰했다.

◇루머에는 ‘자신감’으로 대응… 공장 전면 공개로 승부수=지난해 9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남양유업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악재에 직면한 남양유업은 언론과 소비자에 분유 생산 시설을 전면 공개하며 “이물질은 절대 나올 수 없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등 외부기관의 이물질 정밀검사 결과를 통해서도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남양유업 품질보증부문장은 “자동 살균 과정을 거쳐 살균된 조제액을 농축하는 전처리 농축 과정에서는 강력한 자석봉과 머리카락 한 올도 통과하기 힘든 바스켓 필터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자석봉을 이용해 금속 물질 혼입을 방지한다”면서 “대형 건조기를 통해 이뤄지는 건조 과정에서는 헤파필터(0.3㎛의 입자를 99.9% 제거 가능)를 통과한 공기를 가열시켜 건조기로 투입해 외부 이물질 혼입을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남양유업은 지난 6월부터 업계 최초로 분유의 불투명한 안전캡을 투명한 재질로 변경했다. 대부분의 기존 분유의 경우 안전캡이 불투명해 수유기간 중 외부에서 들어간 이물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까지 잡아낼 수 있는 0.044㎜ 초미세 필터를 설치해 분말형태의 원료에서 유래할 수 있는 미세 이물질의 발생 가능성까지 차단했다. 남양유업 연구개발본부장은 “반세기 동안 축적된 모유과학 데이터베이스와 노하우, 의약품 제조설비 수준의 완벽공정을 바탕으로 남양유업의 분유가 탄생한다”며 “선도적인 품질 개선활동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분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분유’로 희망의 등불 켜다=‘이익 창출’이 숙명과도 같은 기업이 수익성 없는 사업을 이어간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갑질 파문으로 실적이 고꾸라진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남양우유는 전체 신생아 수의 한 자릿수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둥이(미숙아)를 위한 분유를 12년째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른둥이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 제품명에서 ‘미숙아’를 빼고 영양성분을 강화한 ‘임페리얼드림 XO 이른둥이’로 재출시했다.

임페리얼드림 XO 이른둥이는 체중 2.5㎏ 이하의 저체중아 및 재태기간 37주 미만의 이른둥이들을 위한 특수조제식이다. 자가호흡과 체온조절, 소화흡수 등 이른둥이의 신체기능이 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돕는다. 가격은 12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임페리얼드림 XO 이른둥이는 남양유업 모유리서치센터의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심하고 특별하게 설계돼 아기가 영양성분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소화흡수 할 수 있다”면서 “이른둥이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신체 조직 및 발달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A’와 ‘비타민B12’를 보강했고 유해산소로부터 보호해주는 항산화 성분 ‘셀레늄’과 자기방어 능력에 도움을 주는 ‘뉴클레오타이드’를 새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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