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대역에서’

2019-08-27 (화) 12:00:00 김광규 (1941- )
크게 작게
‘교대역에서’

김유경 ‘추억’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을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서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김광규 (1941- ) ‘교대역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복잡한 전철역이 교대역이다. 3호선에서 2호선 갈아타는 그 북새통 속에서 반세기 동안 잊었던 지인, 혹은 고향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차 한 잔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우리들은 대부분 그냥 헤어지고 만다. ‘어 너구나, 맞구나. 응응 그래 그래, 또 보자’ 인사를 나누고 스치듯 돌아서고 난 뒤의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시 속에 가득하다. 가느다란 하나의 획을 그으며 사라져 가는 이런 만남들은 이 시대가 얼마나 외로운 시대인가를 증명한다. 앞이라 불리는 그 방향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헤어져 서로의 길을 급하게 가면서 이들 마음속에 오래된 통증 같은 허허로움이 흔들렸으리라. 그렇게 만나고 헤어져간 이들 모두,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임혜신 시인>

<김광규 (1941- )>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