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근혜 “밀회·굿판설 서글퍼…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2019-08-16 (금)
작게 크게

▶ 천영식 당시 비서관 ‘세월호 의혹’ 미공개 발언 공개

▶ 그날은 주사 안 맞았는데 날 이상한 여자로 만들어

박근혜 “밀회·굿판설 서글퍼…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수석 비석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나중에 밀회 등 보도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비애감을 느낍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습니다. 대통령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도 안됩니까. 말 갖고 이상한 여자를 만들어 놨습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천영식(54) KBS 이사가 14일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있었다며 일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천 이사는 “김관진 장관이 오늘 세월호 관련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기쁘다”며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의 미공개 발언을 하나 소개한다”고 글을 시작했다.


천씨는 페이스북에 2016년 12월 청와대에서 직접 들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발언이라며 당시 박 전대통령이 비애감을 느낀다며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말한 내용을 소개했다. 천씨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박 전 대통령 탄핵 전까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천 이사는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당시 박대통령이 ‘밀회’, ‘굿판’ ‘미용주사 시술’ 등 7시간을 둘러싼 갖은 의혹 제기로 상당한 심적 고통을 겪었다며 “세월호 관련해서 여전히 괴담이나 과장, 허위 사실 등이 떠도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라며 “세월호 관련해서 박 전 대통령의 육성을 하나 소개한다”고 적었다.

천 이사는 박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이 2016년 말 그가 청와대에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당시 야당이 의혹을 제기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에 관련된 것이다.

천씨가 전한 박 전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이렇다.

“(세월호 사고는) 가슴 아픈 일입니다. 꽃다운 나이의 수많은 학생이 희생됐습니다. 선박안전법이 통과 안됐고 부패사슬을 통해 운행하면 안 되는 배가 방치된 것입니다.

세월호 당일이 수요일인데, 그날 몸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피곤해서 신 대위로부터 가글을 요청해 받았습니다. 목이 아파섭니다. 공식일정 없었는데 오전에 신 대위가 왔고, 오후에 미용하는 정매주 자매가 왔습니다. 그날 아침에는 TV도 보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류 및 결재 서류가 쌓여 있었습니다. 성격상 그걸 놔 둘 수 없습니다. TV 볼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TV는 주로 저녁 뉴스만 봅니다. 물론 그날은 구조될 때에는 봤습니다.”
이 발언에 등장하는 신 대위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간호장교로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의료용 가글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아침에 보고를 받고 신속한 구조를 지시했습니다. 안보실장이 구조됐다고 보고해서 안심하고 TV를 봤습니다. 안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오보라고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중대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경호실에 준비를 지시했습니다. 중대본 사정이나 경호준비 등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중대본으로 나갔습니다.


중대본에서 구명조끼 발언한 것은, 서면 보고를 보면 구명조끼가 정원의 120% 가량 보유하고 있다고 돼 있어, 처음에 괜찮겠구나 기억이 나서 한 말입니다. 중대본 보고 자료에 있었습니다. 끝까지 찾아보라는 의미였습니다. 머리는 짧게 손질하고 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 10분께 중대본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이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고 물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날 오후에야 박 전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해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 의혹이 시작됐고, 정윤회와의 밀회설, 태반주사나 필러 시술설, 굿판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재판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가 부어있어 굉장히 안 좋은 날이었는데... 나중에 밀회 등 보도 나오면서 굉장히 서글펐습니다. 비애감을 느낍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었습니다.

그날 주사를 맞은 일 없습니다. 주사는 조 대위가 잘 놓습니다. 조 대위 이전에 주사아줌마를 통해 맞았습니다. 주사아줌마도 간호사 출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게 대단한 주사가 아니라 그냥 병원에서 맞는 영양 주사입니다. 피곤하고 힘들 때 의료진 처방을 받아 주사를 맞습니다. 대통령이 영양제 주사 맞는 것도 안됩니까. 말 갖고 이상한 여자를 만들어 놨습니다.”

천영식 전 비서관은 “세월호 사고는 끔찍한 비극이었지만, 이를 박근혜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은 과하다고 본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천 이사는 이같이 전하면서 “세월호 사고는 비극이지만, 박 전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계시킨 것은 과했다”고 밝혔다. 3년이나 지나 해당 발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