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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당선작] 어머니

2019-08-14 (수) 심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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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당선작] 어머니

심재훈

풀기없는 낙엽과 구부러진 길들이
바람더미에 휩싸여 먼지로 덮히는 어스름 저녁

아침이 오겠습니까, 어머니
아침이 오면 어머니 살갗내음 은은한 시래기국 맛을 볼 수 있습니까
하늘이 낮아진 겁니까, 아니면
제가 눈부실 정도로 어른이 된 것입니까, 어머니
계절 탓이리라 어머니 건강을 어루만지면
젖은 손등 닦아내시는 당신 거친 손을 잡으며
여지없이 시간을 꼬아서 인고의 세월을 엮는 철저한 슬픔을 알고
밤이되면
달 보다 더 오래 불을 켜고 빈 가슴 너머엔
시린 우풍이 자기모순에 몸부림 칩니다, 어머니
아직도 제게는 어른이 멀기만 하고 하늘은 높기만 합니다

어머니
가을인가 봐요
잎들은 마르고 저는 살찌지만 세상은 넓기만 합니다
그만 둘까요, 어머니
어른이 되는 일 말입니다
핏줄 같은 세상을 들여다 보기엔 제가 너무 부족 합니다
이 비굴은 또 무엇이며
얼만큼의 세월을 더 준비해야 하나요 어머니


가을은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어머니 무릎에 누어 저는 잠이 들래요

●당선소감 심재훈

그 새벽에, 많은 것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졸렬한 가슴과 창백한 생각들은 걸인처럼 남루한 옷을 입고 안개 구름 따라 허둥대며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어젯밤 태우다 남은 숯검댕이를 모았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내 마음도 모았습니다. 캠핑장 한 구석에 불을 지피고 새벽 해장 커피로 수작을 부리며 난동을 즐기고 있던 그 시간, 바로 그 때에 새벽 신문을 받아본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로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두 분 선생님! 저보고 어찌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아니요. 죽는 날까지 어른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은 순수를 위해 어른 됨을 거부하고 싶습니다.

어색하고 엉성한 글을 인내하며 읽어준 내 보물들, 아내 미선, 딸 부부 승환과 선, 생활의 동지 길숙, 윤선 그리고 내 친구 용운, 복선, 산들바람 동무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어른이 될 길을 터준 나태주, 한혜영 선생님, 미주 한국일보에 엄청난 원망과 함께 큰 감사를 동시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심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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