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훈
풀기없는 낙엽과 구부러진 길들이
바람더미에 휩싸여 먼지로 덮히는 어스름 저녁
아침이 오겠습니까, 어머니
아침이 오면 어머니 살갗내음 은은한 시래기국 맛을 볼 수 있습니까
하늘이 낮아진 겁니까, 아니면
제가 눈부실 정도로 어른이 된 것입니까, 어머니
계절 탓이리라 어머니 건강을 어루만지면
젖은 손등 닦아내시는 당신 거친 손을 잡으며
여지없이 시간을 꼬아서 인고의 세월을 엮는 철저한 슬픔을 알고
밤이되면
달 보다 더 오래 불을 켜고 빈 가슴 너머엔
시린 우풍이 자기모순에 몸부림 칩니다, 어머니
아직도 제게는 어른이 멀기만 하고 하늘은 높기만 합니다
어머니
가을인가 봐요
잎들은 마르고 저는 살찌지만 세상은 넓기만 합니다
그만 둘까요, 어머니
어른이 되는 일 말입니다
핏줄 같은 세상을 들여다 보기엔 제가 너무 부족 합니다
이 비굴은 또 무엇이며
얼만큼의 세월을 더 준비해야 하나요 어머니
가을은 저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어머니 무릎에 누어 저는 잠이 들래요
●당선소감 심재훈그 새벽에, 많은 것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졸렬한 가슴과 창백한 생각들은 걸인처럼 남루한 옷을 입고 안개 구름 따라 허둥대며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어젯밤 태우다 남은 숯검댕이를 모았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내 마음도 모았습니다. 캠핑장 한 구석에 불을 지피고 새벽 해장 커피로 수작을 부리며 난동을 즐기고 있던 그 시간, 바로 그 때에 새벽 신문을 받아본 친구에게서 문자메시지로 당선 소식을 받았습니다.
두 분 선생님! 저보고 어찌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저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 아니요. 죽는 날까지 어른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은 순수를 위해 어른 됨을 거부하고 싶습니다.
어색하고 엉성한 글을 인내하며 읽어준 내 보물들, 아내 미선, 딸 부부 승환과 선, 생활의 동지 길숙, 윤선 그리고 내 친구 용운, 복선, 산들바람 동무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어른이 될 길을 터준 나태주, 한혜영 선생님, 미주 한국일보에 엄청난 원망과 함께 큰 감사를 동시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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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