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즐거운 날이 오리니 (생략)”
러시아의 국민적 시인인 알렉산드르 푸쉬킨(Aleksandr Pushkin)의 시 첫 구절이다.
유난히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시로, 1970~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중년층이라면 중고등학교 시절 일기장의 첫 페이지나 연애편지 속 첫 구절로 한번쯤 인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금도 검색창에 ‘삶이 그대를’이라고 입력하면 첫 페이지에 올라오는 것이 바로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일만큼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이 시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정도로 척박한 삶의 상황을 인정하는 데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뜻대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 야속하기는 하지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푸쉬킨의 충고는 요즘 들어 도통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삶의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년층의 삶은 더욱 고단해 보인다. ‘황혼 이혼’이 늘면서 경제적 이유로 일을 해야 하는 삶은 은퇴 후 안락한 삶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볼링그린 주립대 사회학과 수잔 브라운 연구팀이 1960년 이전 출생한 2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황혼 이혼이 지난 1990년대 20만6,000명에서 2030년 4배가 늘어난 82만8,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혼 이혼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비율도 2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P 통신의 조사 결과, 23%의 미국인들은 은퇴 계획이 아예 없거나 65세가 넘어서도 일을 계속하겠다고 답한 미국인 역시 23%에 달한다.
먹고 사는, 지극히 기본적인 경제적 삶을 영위하기 위해 65세가 넘어서도 일을 해야 하는 삶과 황혼 이혼으로 마주하게 된 경제적 빈곤에 처한 삶은 우리를 충분히 슬프게 하고 화나게도 한다.
재화와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우리 서민들이 참고 견디면 과연 푸쉬킨의 바람대로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정말 올까?
푸쉬킨은 아내의 정부와 결투를 벌이다 총탄을 맞고 38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가 운명하면서 남긴 한 마디는 이랬다고 한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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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