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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 세계 들어오니 영혼이 맑아지네요” 90세에 두번째 시집 출간 박윤수 박사

2019-08-13 (화)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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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서 시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펼치고 있는 박윤수 박사.

물리학자의 시 세계에는 여전히 달과 별이 존재한다. 자연의 신비와 진리를 탐구하는 대상이 아니라 멀리 두고 온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달’이 되고 맨해튼에 두고 온 딸들은 ‘별’로 형상화되었다.

박윤수(90) 박사가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맨해튼의 별들’(Cross-Cultural Communications 펴냄)은 58년의 동반자 아내와 세 딸들, 다섯 손자들에게 헌정한 책이다. 87세의 나이에 첫 시집 ‘실비치에 뜬 달’을 펴낸 그는 두 번째 시집에 수록된 시 ‘보슬비’ ‘맨해튼의 별들’ ‘소나기’ 3편으로 제21회 해외문학상 시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일평생 과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시의 세계에 들어오니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고 마음의 평화로움을 얻고 어지러운 세상이 모두 다 아름답게 보입니다”


박윤수 박사는 과학자의 방식으로 우주의 아름다움과 진리를 탐구하는 태도와 문학인의 방법과 태도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확신한다. 인생을 과학적으로 분석 해명하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뜻과 목표를 깊이 이해하고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을 마음껏 가져보기를 소망해 왔고 86세가 되어서야 희망하던 것을 이루는 기회를 얻었다.

“86세에 처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으니 99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출간한 시바타 도요 시인에 비하면 난 아직 청년”이라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1집에는 수필가인 아내 박현주(87)씨를 백합에 비유한 시 ‘지나간 세월’이 담겨있다. 반세기를 훌쩍 넘기며 함께 살아온 동반자에게 한 편의 시로 뒤늦은 사랑고백을 해 아내를 울렸다니 참으로 짓궂은 그이다.

박윤수 박사는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시 쓰기의 어려움은 ‘표현의 다양성’에 부딪혀 큰 부담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 그를 ‘시 쓰기’의 길로 인도한 ‘글 샘터’에서 조윤호 시인의 강의를 듣고 시를 이렇게 써야 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밤새도록 써도 줄줄 나오던 싯구들이 시인을 고뇌하게 만든 것이다. 그래도 ‘마음의 별들’이 되어버린 세 딸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그를 분발하게 만들어 100편의 한·영시가 수록된 2집 ‘맨해튼의 별들’이 출간됐다.

‘한국 반도체 분야 선구자’이자 적극적 사고의 ‘노만 빈센트 빌’ 상을 수상한 박윤수 박사는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캐나다로 유학, 알버타 대학에서 물리학 석사,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대학에서 고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렌슬러 공대(Rene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와 서울대, 존스합킨스 대학 초빙교수를 후학 양성에 힘썼다. 특히, 커뮤니티 봉사활동도 활발해 한미장학재단 전국이사장과 미주이민 100주년 워싱턴 회장, 한미과학협력센터 초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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