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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먹구름

2019-08-13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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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평양에서는 대규모 남측 예술단 공연이 두 차례나 열렸다. ‘봄이 온다’라는 제목의 이 콘서트에는 북한 지도자로는 처음 김정은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 가을엔 ‘가을이 왔다’고 하자”며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말했다.

그 후 남북 지도자들은 4, 5월과 9월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을 오가며 만났고 김정은은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국 국민들은 이번에야 말로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 불과 1년 전 일이다.

그러나 그 후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미 북한 간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 비핵화는 아무 진전이 없다. 진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직 한 여름인데도 한반도 정세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북한은 7월 들어 연달아 이스칸데르 등 신형 전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는데 한국 국방부는 그 정체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는데서 그치지 않고 외무성 국장 명의 담화에서 한국 정부당국자를 조롱하며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라는 등 “겁먹은 개”가 짖고 있다는 등 비방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보다 심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의 태도다. 6.25 때 함께 피를 흘린 혈맹이자 아시아의 주요 우방인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미사일이 날아들고 있는데도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아니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수수방관하는 정도가 아니라 김정은이 친서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면서 자신도 이 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 군 통수권자가 한미 양국 안보에 긴요한 군사훈련을 비하하고 미국의 적인 북한지도자의 생각에 동조한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면 경악할만한 발언이다.

트럼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9일 뉴욕에서 열린 대선 모금행사에서 “뉴욕 아파트에서 114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말투까지 흉내 내며 빈정거렸다. 한국의 대통령이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동시에 조롱당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 돈 1달러도 쓰기 싫다는 그의 속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훈련비용도 아까운 미국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이와는 비교가 안 될 돈이 들 지원군을 파견하겠는가에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때 필요한 병력을 증파하는 데만 1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신형 미사일은 현재 한국군의 방공 체계로는 요격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미국의 핵우산인데 한미 군사협정 어디에도 ‘북이 핵으로 공격하면 미국은 자동적으로 핵으로 보복한다’는 조항은 없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대통령이 트럼프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절대 다수의 한국 국민들이 자체 핵 보유를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과 툭 하면 ‘반미 자주화’를 외치는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이에 결사반대하고 있다. 평소 반미와 자주를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이들이 핵 이야기만 나오면 절대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려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 한국은 일본과의 갈등에 미중 간의 무역 분쟁까지 심화되는 바람에 여러모로 어렵지만 경기가 나빠졌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안보는 국가지도자와 국민이 판단을 잘못하면 오늘 있던 나라가 내일 사라질 수도 있다. 멀리는 100년 전 대한제국이, 가까이는 40년 전 월남이 그랬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북한, 중국, 러시아는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하고 똘똘 뭉쳐 있는데 그 대항 세력인 한국, 일본, 미국 삼각동맹은 점점 와해되는 모습이다. 먹구름은 밀려오는데 한국 국민들과 지도자들은 그 심각성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 지 궁금하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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