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통해 감명주는 커머셜 디자이너 되고파”
하루 6∼8시간씩 그림 그리기에 열정 쏟아
매주말 성인대상 영어 가르치며 봉사…보람 느껴
라이프가드·교내 레슬링팀 활동, 학업성적도 뛰어나
올해 9월 브룩라인 고등학교 11학년에 진학하는 이지훈 군은 커머셜 디자이너를 꿈꾸는 재원이다.
유치원생 때 친누나가 다니던 미술학원을 따라다니며 처음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 군은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리며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나가던 중 ‘재능이 너무 아깝다’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 최근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커머셜 디자이너를 꿈꾸며 공식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군은 매일 6~8시간씩 그림 그리기에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 중이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슬픈 눈을 가진 노인의 얼굴 옆 공백에 원형 터널을 착시현상으로 표현한 그림이라고 밝힌 이 군은 원형터널은 꿈이 많은 어린 시절을, 노인의 얼굴은 현실에 부딪혀 작아진 꿈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이를 극복하고 훌륭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를 존경한다는 이 군은 “사지가 멀쩡해도 작품을 하나 만들기가 어려운 데 장애를 가지신 분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며 “저도 언젠가는 제 작품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감명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태생으로 초등학교 1학년 되는 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온 뒤 2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생활을 하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는 이 군은 “어릴 적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언어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문화적으로 적응이 너무 힘들었다”며 “미국에 다시 돌아온 뒤로는 친구도 없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군은 이에 좌절하지 않았고 이후 운동과 영어 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등의 경험을 쌓으며 미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낯선 동양인이었던 이 군을 멀리했던 타인종 친구들도 솔선수범하는 이 군의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많은 친구들이 이 군을 따르고 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영어의 장벽 때문에 고생하는 한국인 유학생들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매주 2시간 씩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가 가장 뿌듯했다는 이 군은 “처음에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낯설고 부담스러웠지만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내 레슬링팀에 속해 있는 이 군은 올해 여름방학 중에는 어린이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 활동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난을 이겨내고 성공한 친할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이 군은 이석원·소은 부부의 1남 1녀 중 막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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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