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흥국 이어 유럽·일본까지 인하카드 ‘만지작’

지난 31일 뉴욕증권거래소 대형 전광판에 FRB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는 소식이 중계되고 있다. [AP]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결국 10년 만에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긴축’을 버리고 ‘완화’를 택했다. 이유로 “경기둔화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는데, 미국보다 경제상황이 나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완화 흐름에 동참할 태세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다시금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양적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지난달 31일 브라질 중앙은행도 정책금리를 기존 6.5%에서 6%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질 경제가 올해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침체 조짐을 보이고, 물가도 오르지 않자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과 국민의 이자 부담 줄고 투자가 늘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금융 완화가 시작됐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와 뉴질랜드, 필리핀이 금리를 낮췄다. 6월에는 인도와 호주가, 7월에는 인도네시아가 각각 완화 행렬에 합류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정책금리를 1.75%에서 1.5%로 낮췄는데, 금리 인하는 2016년 6월 이후 3년 1개월 만이었다.
이미 제로(0%)나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유럽과 일본도 추가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정책금리를 0%로 동결했지만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기대한다”는 문구를 추구했다. ECB는 이번 달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면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역시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일본은행(BOJ)도 “모멘텀(추진력) 손상 우려가 커지면 주저 없이 추가 금융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은행도 단기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유지하면서 장기 금리(10년물 국채)를 계속 0% 정도로 억제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개월 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3.2%로 제시했다. 그 근거로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꼽았다.
연준의 기조 전환은 글로벌 각국 통화당국의 행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주요국 통화 당국들을 이끄는 모양새가 연출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