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혈병’
2019-07-30 (화) 12:00:00
Faith Shearin

김휘부 ‘지오 시리즈’
바다사람이 대양을 항해할 때
잇몸에 피가 흐르고
바람에 열렸다 닫히는 스크린 문짝처럼
이빨이 흔들릴 때
오래된 비스킷과 소금에 절인 고기만을 먹고
얼룩처럼 나타난 푸른 멍이
사라지지 않을 때: 어린 시절
나무에서 떨어져 다친 팔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고
말에서 떨어져 생긴 무릎의 상처는
또 다시 아파온다.
그 모든 상처들이 마치 새것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인가
상처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란 듯
다시 찾아올 때,
나무나 말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두 번째 다가온 상처가 더 뼈아픈
바다 한 가운데,
고통스런 거기,
육지가 보이지 않는, 대양 위의 몇 주.
Faith Shearin‘괴혈병’ 전문
임혜신 옮김
비타민 C가 모자라서 생기는 괴혈병은 지금은 사라진 질병이지만 예전에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특히 세일러들에게는 치명적인 병이었다. 구글 서치해보니 근래 아프카니스탄에서 가뭄과 전쟁으로 인해 이 병이 번졌다고 한다. 2002년 9-11 직후다. 사람은 누구나 때때로 병이나 우울을 앓는다. 몸져누운 나의 머리맡에 첫 아픔보다 더 아프게 되살아나던 지난날의 아픔들을 나도 기억한다. 시인은 짓눌러오던 그 생의 무게를 괴혈병을 앓는 세일러에 비하고 있다. 앓아누운 자의 영혼을 휘젓던 상처들. 미움들, 서러움들. 앓는 항해자처럼 고독한, 그것이 혹은 생이 아닐까.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상처들을 짚고 우리는 다시 일어서 길을 간다. 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Life goes on.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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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th Shea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