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프라이즈 파티’
2019-07-18 (목) 12:00:00
Billy Collins

박혜숙 ‘푸른말’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라디오 진행자에 의하면-
오늘이 비발디의 생일이다
그의 나이가 325세이겠다
허리는 꽤나 굽었을 것이고
눈물을 머금은 눈은
앞을 잘 보지도 못할 것이고
필시 귀가 먹었을 것이다
옷은 몸에서 흘러내리고
머리는 거의 다 빠져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위해 파티를 열어줄 것이다.
써프라이즈 파티, 모두가
가구 뒤에 숨어서, 그가
지팡이를 짚으며
보도를 걸어오는 소리와
끊이지 않는, 마른기침 소리를
듣기 위해
Billy Collins‘써프라이즈 파티’ 전문
임혜신 옮김
비발디의 325번째 생일이라는 라디오 진행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써내려간 기발한 상상력의 시다. 비발디가1678년생이니까 시가 쓰여진 지도 십여년이 넘었겠다. 이 시에는 수백년을 변함없이 사랑받는 비발디의 음악과 인간 비발디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져있다. 그것은 영원성과 일시성의 대조이며 빛나는 것과 허물어진 것의 대조이며 초월과 한계의 대조이며 축복과 저주의 대조이기도 하다. 그 중, 시인이 스포트 라잇을 내려놓는 곳은 후자이다. 세월 속에 초라해져가는 한 인간이다. 스스로의 죽음을 넘어 시간의 보도를 걸어가는 유령같은 존재의 비극적 위대함이다. 영원의 찬란함을 견디는 소멸의 아름다움이다. 옷도 잘 추스리지 못하는 이가 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오는 소리, 그의 기침소리,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청중들. 그 어떤 음악소리보다 위대한 인간의 음계가 저 유명한 비발디의 Four Season 위에 더 위대하게 깨어나고 있다. 인간의 냄새로 가득한 쇠락의 아름다운 노래로.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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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