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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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야, 여름을 부탁해!

2019-07-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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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차가운 공기’는 식재료보다 훨씬 중요해 뜨거운 공기 못 들어오게

▶ 문 꽉 닫는 것이 관리의 기초 계란은 문 칸 맨 위보다 깊숙이 넣어 낮은 온도서 보관 뜨거운 냄비 통째 보관 피해야
냉장 보관 땐 재료 소분하고 공기 뺀 뒤 밀봉하는 게 좋아

바로 지난주에 큰일을 치렀다. 냉장고를 산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얼음 제거를 받은 것이다. 가끔 느꼈지만 이사 후 냉장고가 눈, 아니 혀에 띄게 수상쩍었다. 물을 넣어 두어도 겉만 차갑다 말지, 한가운데까지 ‘쨍’하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미지근함과는 또 다른 상태랄까. 냉동실도 겉으로는 멀쩡했기에 한층 더 미심쩍었다. 서비스를 요청해 냉동실을 뜯어 진단한 결과 찬 공기를 발산하는 라디에이터(방냉판)에 얼음이 많이 얼어 냉장실로 찬 공기가 잘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전열기로 몇 년은 묵은 얼음을 녹여 떼어내고 나서야 냉장고는 활력을 되찾아 여름에 제 몫을 할 채비를 마쳤다.

얼음이 녹는 동안 서비스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수준의 얼음 제거를 모든 냉장고가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적절하게 관리하면 대사를 치르지 않고도 시원하게 냉장고를 쓸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 나온 김에 냉장ㆍ냉동고의 관리와 식품 보관 요령을 살펴보자. 얼핏 아닌 것 같지만 ‘차가운 공기’는 사실은 식재료 위에 있는 식재료다. 핵심은 다른 듯 같은 두 사항, 효율과 안전이다. 최대한 손이 덜 가면서도 안전하게 냉장ㆍ냉동고에 식품을 보관한다는 말인데, 음식과 식재료가 박테리아에 감염되기 쉬운 온도대인 40~60℃ 사이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게 목표이다.

일단 기사가 알려준 ‘적절한 관리’는 아주 간단했다. 냉장ㆍ냉동고의 문을 잘 닫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어려울 수가 있다. 일정 시간 이상 문이 닫히지 않으면 냉장고는 경보음을 울리는데, 고무자석이 완전히 닿아 밀폐되지 않아도 경보음이 멈출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좁은 틈새를 통해 바깥 공기가 냉장고나, 냉동고로 스며들어 온도 조절에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냉장고든 냉동고든 조금 번거롭지만 닫을 때마다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한편 공간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너무 꽉 채우면 일단 문이 잘 안 닫힐 가능성도 높아지고, 설사 닫히더라도 내부의 차가운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계란은 깊숙이, 고깃국은 식혀서 냉장


한편 냉장고의 문 칸은 별도의 공간 관리가 필요하다. 냉장고에서 온도가 가장 높으므로 공간이 모자라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문 칸에 식재료를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계란은 이곳을 피하는 게 좋다. 문 칸 맨 위쪽에 틀이 딸려 있기 마련이니 자연스레 그곳에 보관을 해야 할 것 같지만, 계란은 어느 식재료보다 낮은 온도에서 보관하는 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사온 그대로, 즉 종이나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긴 채로 일반 칸의 안쪽 깊숙이 넣어 두는 게 좋다. 물론 문 칸보다 더 해로운 건 상온 보관이다. 상온에서의 하루가 냉장고에서의 일주일이니 계란은, 특히 이런 계절이라면 냉장 판매하는 것을 사다가 냉장 보관해야 한다.

대부분 바로 먹기 위해 음식을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한식에서는 곰탕 등의 고기 국물 종류가 대표다. 뼈 등 핵심 재료의 부피가 크기도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두고 먹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국물, 특히 고기를 우린 음식은 당장 먹지 않을 경우엔 온도를 빨리 내릴수록 좋다. 이런 종류의 음식이 우리 전통 식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관리법이다.

곰국 한 솥을 끓였다고 가정해 보자. 대체로 가정에서는 완전히 식을 때까지 솥째 상온에 그대로 두는데, 식품 안전을 위해 이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100℃가 넘도록 끓었던, 부피가 큰 국물이라면 상온, 즉 20℃ 안팎까지 식는데 한두 시간 이상이 걸리니 그 동안 변질될 가능성이 의외로 크다. 그럼 어떻게 온도를 낮추는 게 좋을까? 가장 간단하게는 냄비 자체를 찬물에 담그는 요령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솥의 크기나 무게나 온도를 모두 감안한다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주거가 부엌에 공간을 내주는 데 인색하며 싱크대도 깊거나 넓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권하지 않는다.

다른 큰 용기에 담근다 해도 온도가 잘 내려가지도 않을뿐더러 뜨거운 솥을 옮기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발상의 전환. 국물에 차가운 것을 담가 온도를 내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 큰 밀폐용기에 얼음을 가득 담아 떠오르지 않도록 공기를 최대한 빼낸 뒤 주둥이를 여미고 국물에 담근다. 얼음이 녹으면 새 것으로 바꿔준다. 많은 양이 필요하므로 얼음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사다가 쓰는 게 좋다. 국물의 온도가 4℃ 이하로 내려가면 냉장 혹은 냉동 보관한다.

냄비째로 넣기보다 소분해서 넣어야

어차피 냉장고는 음식과 식재료를 차갑게 보관하기 위해 쓰는데, 냄비를 통째로 넣어 식히면 안 되는 걸까? 당연히 안 된다. 냉장고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효율이 떨어지니 음식이 잘 식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에 냉장고에 있든 음식들에도 해를 끼친다. 따라서 일단 온도를 충분히 낮춘 뒤에 냉장실에 넣어두자. 고깃국 같은 부피가 큰 음식이 아닌 데친 채소나 나물 같은 건 어떨까. 마찬가지다. 서양에서는 채소를 데치거나 삶은 뒤 온도 상승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 얼음물에 담그는 게 정석으로 전해내려 왔으나 연구 결과 상온의 수돗물을 쓰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니 참고하자.

냉동 보관할 때는 손이 좀 더 가더라도 소분하는 게 바람직하다. 냉장실에 보관할 때도 냄비 혹은 솥째로 넣어두고 떠먹기보다 한두 번 먹을 분량만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플라스틱보다 냄새도 배이지 않고 기름기를 씻어내기도 쉬운 유리 용기를 추천한다. 한편 지방이 유화된 고깃국이라면 냉동 보관이 제격이다. 약 1ℓ들이 일회용 위생 비닐봉지를 맥주잔 등 좁고 높은 그릇에 주둥이를 벌려 넣은 뒤 국자로 국물을 떠 담는다. 1ℓ들이라고 해도 채우는 정도에 따라 양은 달라지기 마련이니 봉지가 너무 부풀지 않을 만큼만 채운 뒤 공기를 최대한 빼내고 주둥이를 단단히 여민다. 겉에 음식의 이름과 냉동 일자를 쓰고, 국물이 흐를 수도 있으니 쟁반에 눕힌 채로 받쳐 냉동한다. 완전히 얼고 나면 냉동실에 차곡차곡 세워 보관한다. 냉동한 음식이나 식재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동할 땐 공기 뺀 뒤 밀봉
해동 때는 20℃이하에


비단 국물이 아니더라도 냉동 보관의 요령은 매한가지다. 일단 스테이크처럼 확실한 덩어리 식재료는 그대로 냉동실로 직행하면 되는데, 냉동상(冷凍傷), 즉 냉동 보관 중의 탈수화 산화로 색과 맛, 질감이 손상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공기와 접촉을 최대한 막아준다. 두 겹에 주둥이 밀봉도 더 확실한 냉동고용 밀폐용기를 쓰면 편한데, 그런 경우라도 재료를 담고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빼준 뒤에 밀봉한다. 불고기나 데친 채소 등 작은 조각의 음식 혹은 식재료라면 고깃국과 같은 요령으로 담아 납작하게 편 상태로 냉동한 다음 보관하고, 스테이크 같은 덩어리 식재료는 랩으로 재료를 꼼꼼하게 싸 준다. 덩어리와 조각의 중간 상태인 삼겹살이라면 한 점씩 둘둘 말아 쟁반에 올려 완전히 얼린 뒤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한 쪽씩, 먹고 싶은 만큼만 꺼내 쓸 수 있어 편하다. 이처럼 큰 덩어리는 아니지만 그대로 냉동하면 달라붙는 식재료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쟁반 등에 펼쳐 담아 개별적으로 얼린 뒤 모아 보관하면 훗날 일부를 쓰기 위해 전체를 해동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단 냉동을 한 식재료라면 해동도 잘 해야 자기 몫을 잘 할 수 있다. 해동은 맥락에 따라 아주 간단할 수도,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안전한 해동 요령은 단순한 자리 옮김이다. 냉동고에서 냉장고로 식재료를 옮겨주면 식품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는 온도까지 올라가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해동된다. 다만 냉장고 해동을 위해서는 미리 움직여야 한다. 식재료의 부피나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웬만한 것들, 특히 냉동에 적합한 육류라면 단 한두 시간 내에 해동되지 않는다. 따라서 내일 쓸 식재료라면 적어도 오늘 밤, 자기 전에 옮겨 놓아야 한다. 허나 세상만사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므로 해동은 시켰으나 쓸 수 없게 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식품 안전은 물론 식재료의 손상(녹였다가 다시 얼리면 질감이 확 바뀌어 버린다) 방지를 위해 한 번 해동한 식재료는 다시 냉동하지 않는 게 원칙임을 감안한다면 누구에게는 효율적이지 않은 요령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차가운 물을 활용한 즉석 해동을 권한다. 식재료를 플라스틱 랩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감싸 20℃ 이하의 찬물에 담근다. 심지어 얼음물도 좋다. 차갑더라도 물은 밀도가 높으면서도 효율이 좋은 전도체이므로 실온에 두는 것보다도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동시켜 준다. 해동하는 동안 20℃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겨울철 동파에 대비하듯 수돗물을 졸졸 틀어 놓아도 좋다. 고기 1인분(200g 안팎)이라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옷을 갈아 입는 사이에 조리가 가능한 상태로 해동시킬 수 있다. 덩어리 식재료라면 미리 랩으로 싸두었을 테니 물에 바로 담그면 되고, 불고기처럼 썬 고기를 얼린 경우라면 밀폐용기 대부분이 잠기되, 속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둥이를 꼭 여민다.

어패류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냉동→찬물에 담그기’수회 반복

어패류라면 일반 냉동 보관 정도로는 안심이 안 된다. 아이스 글레이징(Ice Glazing)은 문자 그대로 재료의 표면에 얼음의 막을 입히는 보존법이다. 일단 통으로 재료를 완전히 얼린 다음, 얼기 직전의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냉동고에 다시 넣어 몇 분 얼린다. 얼음의 막이 0.5㎝가 될 때까지 되풀이한다. 어패류에 있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의 산화를 막는 데 특히 효과가 있다. 물론 아이스 글레이징을 거친 식재료라도 방수 가능한 종이나 냉동 전용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개별 급속 냉동(IQF, Individually Quick Frozen) 새우 같은 제품은 표면의 아이스 글레이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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