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려되는 트럼프의 ‘시민권 정보’ 집착

2019-0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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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센서스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질문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놓고 민권단체들과 트럼프 행정부 간에 벌여온 공방에 대해 최근 연방대법원이 민권단체 손을 들어주었다. 연방대법원은 5대 4로 “시민권 관련 질문이 센서스 응답률을 낮출 위험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이 문항을 센서스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크게 반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단 이번 센서스에서는 시민권 문항을 빼는 대신 센서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시민권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연방정부 부처들과 기관들에 대해 연방 상무부가 요구하는 시민권자 및 비시민권자 인구 관련 기록들을 빠짐없이 제공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단 연방대법원 판결은 받아들이면서도 시민권 정보수집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정확한 인구집계라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센서스 취지와 목적에 비춰 볼 때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의 이 판결에 승복할 의사가 전혀 없는 듯 연일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방송출연 등을 통해 여론전을 도모해 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회견에서 일단 한 발 물러서지만 어떤 형태로든 시민권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야 말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고 있는 이런 태도의 밑바탕에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민권 정보에 집착하고 있는 트럼프의 모습은 그의 내재된 반이민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한 사안의 문제를 떠나 트럼프 행정부의 전체 이민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가 어떤 형태로든 시민권 정보 요구를 관철시킬 경우 반 이민정책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민권단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는 “센서스에서 시민권에 대한 기본적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억지주장에 대해서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협하는 시민권 정보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야말로 터무니없다”고 응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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