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쿠폰에 대하여’

2019-07-11 (목) 12:00:00 이승리(문학과 의식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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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에 대하여’

이가경 ‘슬로우 다운’

쿠폰이 한 장 부족하다니까
아버지가 쿠폰을 다시 세 본다
됐어, 어차피 진짜 돈도 아니고…
손 꽁꽁 얼며 마트 다녀오는 길
5천원어치 사면 100원의 효력 약속한
쿠폰 아무렇게나 받아 쥔 채
저, 뜯길 대로 뜯긴 헐벗은 가로수
비슷한 처지끼리 함께 걸어간다
적립 시 원 플러스 원 생필품 교환에
들어오자마자 서랍 구석 어딘가 팽개친
한 끼를 찾는 것이다
모처럼 햇살 따뜻이 내린 오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찬물에 밥 말아
김치랑 해서 먹는데
유니세프 후원 광고 나온다
굶는 아이와 아픈 엄마
도장 찍혀야 할 쿠폰처럼 엎드려 있다

이승리(문학과 의식 등단) ‘쿠폰에 대하여’ 전문

쿠폰, Free Gifts, 적립카드, 원 플러스 원, 모두 판매를 높이기 위한 자본의 수단이다. 경쟁 수단이며 광고다. 광고는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결코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광고 모델의 엄청난 출연료도 소비자가 내는 것이다. 그것이 광고와 프로모션 상품의 민낯이다. 여기, 쿠폰 한 장이 모자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이들이 있다. 5천원에 100원이면 2프로다. 50번 모아야 1이 된다. 세상은 머지않아 빈과 부, 두 개로 나뉜다는데, 그곳을 향해가는 길이 이렇게 점점 확실해져도 되는 건가? 유니세프 후원 광고와 겹쳐지는 찬물과 밥의 식탁. 예수는 왜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처럼 힘든 것이라 했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종교를 떠나서 말이다. 부를 축적한 이는 그 부를 어떻게 세상을 위해 쓸 것인가 고뇌할 필요가 있다. 임혜신 [시인]

<이승리(문학과 의식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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