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최대 규모의 인원 감축

도이체방크가 2022년까지 7만4,000명으로 20%가량을 감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AP]
지난 7일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는 9만2,000명 정도인 글로벌 인력을 2022년까지 7만4,000명으로 20%가량 혹독하게 감원하고, 글로벌 주식 매매와 트레이딩 부문에서 철수하는 등 투자은행(IB) 부문을 대폭 축소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전세계 각 지사에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음을 양해해달라. 우리는 더 수익성 있고 날렵하고 혁신적이며 또한 유연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은행의 장기적 지속을 위해 수십년 만에 가장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때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2만6,000명이 감원된 이래 최대 규모의 글로벌 투자은행 인원 감축이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4일 발표할 2분기 실적에서 구조조정 관련 비용지출에 따라 28억유로 가량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런던 지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에 대한 해고통지는 인사부서와의 협의 직후 이날 비번이 통고되는 ‘위험 알림’ 통지 방식으로 전달됐다. 런던 지사에서 투자 부문 매니저로 일했던 직원은 회의실에 불려간 뒤 해고통지를 받고 곧바로 책상이 치워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감원이 발표되고 8시간이 지난 뒤, 도이체방크 도쿄 지사에 근무 중인 시니어 매니저는 직원들과 짧은 회의를 갖고 “아시아 전역에 걸쳐 대부분의 자산투자운용부서는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도이체방크가 그동안 인력을 감축하면서 세계 도처의 지사들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적은 없다.
각 지역에 산재한 투자은행 부문마다 우울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모든 글로벌 부서가 폐쇄되는 건 아니다. 런던과 뉴욕의 대출·투자 부서는 용감하게 적자에 맞서 싸우며 상황을 역전시키는 데 여전히 노력하기로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만 독일은 자국의 고용법상 해고 제한이 경직적이고 노조가 막강하다”며 “독일 내 소매영업점포 직원은 2021년 중반까지는 본인 의사에 반하는 해고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가 약속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