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의 난제 평화방정식 풀기

2019-07-04 (목) 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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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난제 평화방정식 풀기
어느 시대나 풀어야 할 시대의 난제들이 있다. 매년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을 기리는 노벨상이나 영국의 경도상(經度賞, Longitude Prize)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상들이 추구하는 목적은 인류의 발전을 위한 시대적 난제의 해결에 있을 것이다.

비록 실험실에서의 연구나 수학적 증명이 요구되는 난제는 아니지만 인류 역사에서 난제 중에 난제를 든다면 ‘평화의 길’을 빼 놓을 수 없다. 우리 민족에게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확립하는 일이 이 시대 최대의 난제요, 민족의 생존과 번영 나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반드시 풀어야 할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인류의 역사는 평화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계사를 보면 전쟁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절이 없을 정도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의 대부분은 전쟁영웅을 기리는 내용들이었다. 프로이센의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연장’으로 보았고, 춘추 패권시대의 손자는 아예 ‘전쟁을 국가의 중대사’라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역사를 보면 폭력과 전쟁은 가깝고, 평화는 멀었다.


그러나 평화의 길이 아무리 멀고 어려울지라도, 앞으로의 세상은 전쟁이나 패권이 아니라 상생과 공존을 향한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한반도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이다. 모두 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난제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이른바 색깔론이나 퍼주기를 주장하며 남북정상회담을 마뜩찮게 여기고, 협상무용론이나 북한 붕괴론을 주장한다.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를 안 할 것이니 저의를 믿을 수 없다며, 이참에 참수작전이나 전쟁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난제 해결에 무익한 주장들이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 모두를 두루 사랑하는 겸애와 대동사회를 주장한 묵자는 전쟁이 다반사였던 춘추전국시대에 홀로 반전과 평화를 외쳤다. 그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은 하늘의 뜻에 어긋나는 반천륜이며 반인륜적 죄라고 규정하였다. 오늘날 전쟁 운운은 역사의 교훈을 모르는 소리다. 역사의 교훈을 통하여 배운 것이 있다면 전쟁은 사람이 겪는 최고의 아픔이자 참혹한 비극이며 가장 큰 죄악이라는 사실이다.

70년 묵은 한반도 난제 해결의 방법과 목적은 단연코 평화이어야 한다. 남한도 미국도 북한도 이물스럽게 상대를 속이거나, 힘으로 윽박질러 이기거나, 자국의 실리만 챙기려는 마음을 버리고 상생과 공존의 마음으로 나와야 한다. 이해와 설득과 타협을 통하여 서로의 권리와 이익과 불안을 조정함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는 선구자의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한반도에 70년간 막혔던 평화의 길이 열려야 한다. 평화의 마음, 평화의 영성이 일어나야 한다. 평화의 가치가 주목 받아야 한다. 넬슨 만델라는 ‘평화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화가 행복이다. 평화는 모두가 행복해 하는 상태를 말한다. 평화가 이익이다. 평화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는가? 평화는 상생과 공존이다. 독존은 잘못된 소아적 존재 방식이다. 평화는 미래다. 평화만이 서로의 미래를 보장한다. 이제는 이익과 손해를 원만히 조정하며 상생과 공존을 도모하는 평화의 길이 우리 민족과 지구촌 모든 촌민의 생활철학이자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한다.

평화의 길을 찾는 데는 여야가 없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는 보수도 진보도 하나여야 한다. 예수께서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가히 하느님의 아들이라 할 수 있다(마태 5:9) 하셨다. 세계사에서 남북한이 분단을 극복하고 함께 잘 사는 길, 한반도에 터 잡고 면면부절(綿綿不絶)히 내려온 한민족이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은 더 늦기 전에 한반도의 난제인 평화방정식을 풀어내느냐 여부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남녀노소 모두 이심전심 평화의 마음이 이어질 때 70년의 난제 평화방정식은 풀릴 것이다.

<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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