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족의 한 서린 DMZ

2019-06-28 (금)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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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 3년 후 대한민국은 남북으로 갈라지는 분단정부, 즉 남한에서는 대한민국, 북한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의 두 정권이 들어섰다. 이는 민족이 갈라져 철저하게 원수가 되는 것을 예고하는 결정판이었다. 그리고 임진왜란 이후 대원군의 쇄국정책, 중국에의 속국화, 갑신정변, 그리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일제의 식민지배와 독립운동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불어나고 심화된 엄청난 악순환의 결과 발발한 것이 북한의 기습남침에 의한 1950년 6.25동란이었다.

그 당시 이데올로기와 정치, 경제, 군사적인 의미가 담긴 거대한 세계, 즉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세력의 전쟁 기운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던 곳이 바로 코리아, 한반도였다. 이는 이미 한국전쟁 발발 몇 년 전에 트루먼 미 대통령의 특사로 동북아를 방문했던 폴리 대사가 “코리아는 작은 나라이지만 아시아에서 우리의 전반적 성공이 달려있는 이데올로기의 전쟁터”라고 말한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한국동란이 결국 미소 강대국의 개입으로 휴전이 되면서 한반도는 두 동강으로 나뉜 채 동족끼리 서로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치열하게 민족 간에 벌어진 전쟁은 3년 만에 결국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한반도를 피로 물들이고, 전 국토를 황폐화시키고 난 후 남북 간 국경지역. 즉 비무장지대(DMZ)만 오롯이 남기고 끝났다.


치열한 전투로 초토화된 이곳의 생태계는 극심하게 훼손됐다. 하지만 스스로 회복해 현재는 다양한 특성의 생태계로 변화, 각종 희귀한 동식물과 어류가 서식하고 수질과 대기, 토지의 오염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이 되어 있다. 이곳은 특성상 남북 사이의 피할 수 없는 접점이자 통로가 되고 있다. 남북 간의 모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이 지역을 남북이 잘 협조해서 평화적으로 이용만 한다면 남북관계를 평화 공존의 단계로 승화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취지로 이곳을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세계인들이 화합하고 교류하는 무대를 이곳에 만들기 위함이다.

이번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DMZ 깜짝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4개월 전 북한과 가진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냉각된 북미간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양국 간의 관계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의 의중을 파악한 후 비핵화 협상재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친서교환을 통한 외교로 북미 간 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친서에 대해 트럼프의 정치적 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 것이라고 의중을 밝혔다. 트럼프도 김정은이 보낸 생일축하 편지를 공개하고 “대단히 우호적”이라며 “김정은과 나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북한은 대단한 미래를 가지고 있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이번 한국방문에서 DMZ를 방문, 그 곳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면 향후 북미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 중에 개발한 핵과 미사일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고슴도치 체제를 계속 고집할 경우 김정은은 불행한 종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DMZ의 생태변화처럼 김정은이 달라지길 기대해 본다. 이번 트럼프의 DMZ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은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 평화를 위한 비핵화 회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평화를 갈구하는 7,000만 한민족과 전 인류의 바람에 화답하는 최소한의 길일 것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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