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민 삶 위협하는 ‘노숙자 문제’

2019-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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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가 노숙자 문제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7일자 LA타임스는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노숙자 캠프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한인타운을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았다. LA지역 노숙자 수는 너무 빠르게 늘어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지난 몇 년 동안 매년 20% 이상씩 늘어 현재는 6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제는 손쓰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관론까지 나올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노숙자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풍찬노숙 하는 노숙자들 처지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이들이 막상 내 집과 업소 주변에 진을 치면 불안하고 불편해진다.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은 예외 없이 쓰레기가 나뒹굴고 악취가 진동한다. 환경과 위생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실직과 저임금 등 사회경제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임금상승 폭을 훨씬 뛰어넘는 렌트비의 폭등은 노숙자 양산의 가장 큰 주범이 되고 있다. 노숙자를 양산하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바꾸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과 무한한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 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위생시설을 갖춘 셸터를 많이 확보해 노숙자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이처럼 노숙자 문제가 주민들의 일상적 삶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국의 대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한인타운에 세우려다 커뮤니티 반대로 무산되고 새로운 후보지로 옮겨갔던 노숙자 셸터는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때 노숙자 정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다가 현재는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솔트레이크시티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솔트레이크시티는 노숙자 전락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아주 저렴한 비용에 주거를 제공하는 ‘하우징 퍼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노숙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근년 이를 지속할만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다시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노숙자 정책의 성공은 좋은 아이디어와 충분한 재원의 확보, 그리고 민간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역 정치인들을 선택할 때는 무엇보다도 노숙자 문제와 관련해 그들이 어떤 구상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할 만큼 이제 노숙자 문제는 우리 일상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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