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묶인 사랑’

2019-06-11 (화) 12:00:00 John J. Brugal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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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사랑’

미셸 오 ‘마음의 손길’

관중들은 후디니를 사랑했다
그들은 가난했고 글을 몰랐다:
파이프를 나르는 사람, 얼음 파는 사람, 빨래해 주는 여자,
그리고 영양실조 된 아이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손이 묶여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발이 묶여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스트레이트 자켓을 입고
박스 안에 갇혀 물에 빠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출구가 없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은 그들을 그런 방식으로 사랑했던 것,
후디니는 보여주었던 것이다, 말없이,
출구가 없는
그 어디에도 없는, 아무 가능성 없는 누군가가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John J. Brugaletta‘묶인 사랑’ 전문
임혜신 옮김

요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 이야기가 뜨겁다. 이 시를 읽으며 문득 그 영화를 생각한다. 둘 다 억압받는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빈부의 문제에 천착한다는 데서 소중한 예술가다.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종교도 아니고, 이념도 아닌 바로 빈부 격차이기 때문이다. 저 유명한 후디니의 마술은 낮은 계급을 위로하는 탈출의 카타르시스였다고 시인은 말한다. 불가능한 것들의 극한 결합이 마술인가? 탈출할 수 없는 자의 탈출. 결국 후디니도 자신의 마술에 갇혀버렸지만, 벽이 있는 한 탈출을 향한 인간의 꿈 또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임혜신 <시인>

<John J. Brugale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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