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남측을 찾은 북한 대표단을 지켜보면서 조마조마했거나 가슴이 뜨끔했을 이들이 있었다. 바로 조선일보다. 5년 전 자신들이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처형됐다고 보도했던 북한 예술인 현송월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나타났으니 어찌 뜨끔하지 않았을까.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는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제하의 기사에서 ‘현송월을 포함해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음란물을 제작, 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마치 사실을 확인한 것처럼 보도한 이 기사가 오보로 밝혀진 순간이었다.
문제는 ‘아니면 말고’ 식의 오보 행태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달 31일 “김영철은 노역형, 김혁철은 총살” 제하의 기사를 단독 보도해 또 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미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혁명화 조치(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을 당했고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도 결정적 통역실수로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고, 김여정 부부장도 근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사실이라면 쇼킹한 뉴스가 분명했다.
하지만,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조선의 기사는 오보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숙청됐다던 김영철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고, 근신 중이라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김혁철 처형’ 보도마저 신뢰가 급속히 추락했다.
3일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조선의 오보가 이번엔 국제적 망신으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오보를 지적하고 조선일보 기사 신뢰성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2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가장 큰 일간지 조선일보가 숙청됐다고 했던 김영철이 모습을 드러냈다’며 ‘이 기사에 회의적이었던 전문가들이 옳았다’고 조선의 오보를 강하게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3일 ‘숙청됐다고? 숙청되지 않았다’(Purged? Not Purged)는 제목으로 조선의 오보를 지적했다. 전날 이 신문은 조선의 ‘현송월 총살’ 기사를 지적하면서 조선일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내비치기까지 했다.
돌이키기 힘든 국제 망신을 당한 셈이다. 주요 외신들은 김혁철의 총살 보도 역시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반복되거나 고의성이 엿보이는 북한 관련 오보는 한반도 상황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일 수 있다.
진위 확인을 하지 않거나 최소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터뜨리고 보는 기사는 ‘오보’라기보다 고의성을 의심받는 ‘가짜뉴스‘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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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