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브 유어셀프, 스픽 유어셀프

2019-05-15 (수) 하은선 사회부 부국장대우
작게 크게
‘자신을 사랑하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Love Yourself, Speak Yourself). 글로벌 팝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방탄소년단(BTS)의 월드 투어 타이틀이다. 연인원 12만 명을 동원한 로즈볼 콘서트에 이어 시카고, 뉴저지를 거쳐 브라질, 영국, 프랑스, 일본으로 향하는 BTS을 두고 영국 언론은 ‘21세기 비틀즈’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1960년대 영국 음악의 세계적 흥행 및 대중화를 의미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BTS로 인해 ‘케이팝 인베이전’으로 바뀌고 있다. 2018년 유엔본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연설할 때만해도 소년 티를 겨우 벗은 듯 했는데 요즘 콘서트에 등장하는 BTS는 자신만만하면서도 겸손함을 앞세우는 20대 청년의 모습이다. 훈련으로 익힌 기본기, 기술, 완성도를 넘어서서 각 멤버의 개성까지 드러내는 BTS에 전 세계가 열광하니 그럴 할만하다.

27살 청년이 쓴 시집 한 권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대학생들을 노동현장으로 뛰어들게 한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이다.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줏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그 시절 청년들을 투쟁과 단결로 이끌며 ‘시의 힘’을 실감케 했다.


그리고 1990년대 ‘난 알아요’를 온 몸으로 아우성치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한국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바꿨다. 댄스 음악을 가요계 주류로 만들더니 교육제도를 비판한 ‘교실이데아’를 통해 10대들의 울분을 토로하며 문화대통령이란 별칭을 얻었다.

2000년대는 일본에서부터 불어닥친 ‘욘사마 열풍’으로 한국문화의 해외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TV드라마 ‘겨울연가’의 배우 배용준에게 일본인들은 극존칭인 ‘사마’를 붙이면서 한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2012년 유튜브(Youtube)라는 미디어 플랫폼이 만들어낸 싸이의 ‘강남스타일’ 돌풍이 드디어 미국을 강타했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제패다.

이후 중독성 강한 케이팝은 독특한 컨텐츠에 열광하는 유튜브 세대의 지지를 업고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2020년을 앞둔 지금 ‘방탄소년단’이라는 7명의 청년들이 라이브 콘서트에 뜨면 최소 10만 명이 운집하는 ‘케이팝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는 이 청년들에게 모두가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세계도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는 ‘청년’이다. 사람만이 희망일 때도, 발해를 꿈꾸며를 노래할 때도, 그리고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세상에 말을 건넬 때도 자신의 신념으로 부조리에 맞서는 청년들이 있어 변화가 찾아온다.

<하은선 사회부 부국장대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