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장하는 한인은행들, 대출은 덩치값 못한다

2019-05-10 (금) 12:00:00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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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9개 은행 자본금, 40억달러 돌파 눈앞 불구

▶ 경영진 인식·인력 부족에, 대형대출 잠재력 못 살려

성장하는 한인은행들, 대출은 덩치값 못한다
한인은행들의 자본금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39억달러를 넘어 4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은 대형 대출이나 전문 노하우를 요구하는 기업대출(C&I) 등 커진 자본금을 대출 부문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가주에서 영업하는 9개 한인은행들이 감독국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분기(3월31일 현재) 현재 총 자본금 규모는 39억5,345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인 2018년 1분기의 35억7,965만달러에 비해 1년 만에 10.4%(3억7,381만달러)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도표 참조>

이에 따라 9개 한인은행들의 자본금 규모는 올 2분기에 40억달러 규모를 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


자본금 규모도 9개 한인은행 중 7개 은행이 억 달러 대를 넘어섰다.

자산규모 154억달러로 미주 최대 한인은행인 뱅크 오브 호프의 자본금은 22억2,517만달러로 9개 한인은행 전체 자본금의 과반을 넘는 56.3%를 차지했다. 이어 자산규모 56억달러로 2위 한미은행의 자본금이 6억6,393만달러, 우리 아메리카가 2억7,092만달러로 세 번째로 많았다. 신한 아메리카가 2억1,217만달러, 퍼시픽 시티 뱅크 2억1,566만달러, CBB 은행 1억3,621만달러, 오픈뱅크 1억3,095만달러 등으로 억 달러 대를 가볍게 넘겼다.

또 1분기 현재 9개 한인은행들의 전체 자산 대비 자본금 평균 비율도 13.55%로 탄탄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의 12.53%에 비해서도 1.0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별로는 11%대에서 14%대까지 기록하며 감독국이 요구하는 최저 적정수준인 6%, 우수 수준인 8%를 훌쩍 넘겼다.

뱅크 오브 호프와 신한 아메리카의 자산대비 자본금 비율이 각각 14.4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우리 아메리카(13.65%), 유니티 은행(13.53%), 퍼시픽 시티 뱅크(12.55%), 오픈뱅크(12.16%), US 메트로 은행(11.93%), 한미은행(11.93%), CBB 뱅크(11.57%) 순으로 높았다.

자본금은 은행 자본비율의 핵심 지표이자 은행감독 규정상 대출 건당 상한선 규모와 직결되기 때문에 감독국이 주시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중 하나다. 자본금이 많은 은행, 즉 덩치(자산규모)가 큰 은행이 대형 대출도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감독국 규정에 따라 통상 은행들은 티어 1 자본금과 티어 2를 합친 자본금의 최대 15%까지 무담보 개별 대출을 할 수 있다. 담보 대출의 경우 최대 25%까지 개별 대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인은행들이 외형 면에서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전문 인력과 노하우 부족 등으로 외형에 걸 맞는 대형 대출이나 대형 기업대출을 거의 하지 못하는 등 커진 자본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아직도 SBA 대출과 함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중심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한인 은행권의 이같은 한계점에 대해 ▲최고경영진의 역량 부족 ▲전문 인력 양성 소홀 ▲이자율 경쟁 약세 ▲문책이나 부실을 우려하는 대출부서의 소극적인 자세 등을 꼽았다. 결국 자본금 규모가 커져 수천만 달러 대출을 할 수 있지만 이같은 대출을 분석할 직원과 전문 노하우가 없을뿐더러 경영진의 의지도 없기 때문에 대형 대출 고객을 주류나 중국계 은행에게 뺏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매 분기마다 순익과 증자금 등은 은행의 자본금에 적립되지만 현금 배당 등은 자본금에서 빠진다. 자본금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순익이 줄거나 적자로 전환하면 자본금이 줄고 이는 자본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증자를 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감독국으로부터 은행 폐쇄조치까지 받을 수 있다. 은행들이 높은 수준의 자본비율 유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이유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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