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 안드레아 지진대를 직접 관찰하는 기회는 덤으로

2019-05-10 (금) 정진옥
작게 크게

▶ Gobblers Knob (6955’)

샌 안드레아 지진대를 직접 관찰하는 기회는 덤으로

Circle Mountain쪽에서 본 Gobblers Knob(앞쪽 산줄기의 오른쪽 봉우리).

샌 안드레아 지진대를 직접 관찰하는 기회는 덤으로

San Andrea 지진대의 일부인 Lone Pine Canyon.


샌 안드레아 지진대를 직접 관찰하는 기회는 덤으로

Gobblers Knob 정상에서의 남서쪽 전망.


우리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정든 고국을 떠나와 새롭게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는 제2의 고향인 이 남가주는, 너무나 많은 점에서 우리들에게는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이 아닐 수 없다.

우선은 연중 내내 춥지도 무덥지도 않고 햇볕이 환한 가운데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들이 끊임없이 피어나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다가, 하시라도 어렵지 않게 경작이 가능한, 말 그대로 무한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드넓은 옥토가 있고, 어쩌면 미국 내에서도 가장 역동적이라고 볼 수 있을 사회 경제 문화 산업 과학기술 등의 요충이기도 하다.

또 여러 민족의 사람들이 가장 다양하게 어우러지고 뒤섞여 살아가는 American Melting Pot의 본고장이 바로 이곳이기에, 소수민족으로서의 홀대를 받는 일이 거의 없어 우리의 고국이나 다름없이 마냥 활기 있게 살아갈 수 있고, 사업에 필요한 양질의 노동력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생소한 환경의 이민생활에서의 생업을 꾸려가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게다가 우리의 자녀들을 잘 교육시킬 수 있는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학교가 있고, 바로 우리 곁에 양양한 바다와 험준한 산악지대가 공존하는 빼어난 자연환경이 있어, 얼마든지 원하는 스포츠나 취미활동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점 등을 꼽아보자면, 이곳이야 말로 바로 거의 완벽한 지상낙원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용의주도한 님프 어머니(Nymph Thetis)의 각별한 배려로 불사의 몸을 가지게 된 아킬레스(Achilles)에게도 발뒤꿈치의 헛점이 있었듯, 우리의 이 남가주라는 낙원에도 한 점 취약점이 있으니, 바로 북미에서도 가장 강력한 지진대가 이곳을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의 표면은 여러 조각의 지각들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 일부가 바로 우리 가주에서 서쪽의 태평양판과 동쪽의 북미판이 맞닫아 있으며, 이 두 개의 지각이 서로를 밀게 되면서 각기 다른 방향으로 미끌려 이동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어, 이 두 지각 사이에 긴장이 고조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태평양판은 북쪽으로, 북미판은 남쪽으로 이동하도록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러한 결과로 매년 33~37mm 씩 서로 어긋나게 미끄러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 두 개의 지각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전장 810마일에 이르는 San Andrea Fault 라고 한다.

우리 남가주와 관련하여 필자가 아는 지명을 중심으로 이 San Andrea Fault의 위치를 남쪽에서부터 살펴보면, Salton Sea 인근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등산인들이 잘 아는 Mt. San Jacinto와 Mt. San Gorgonio 사이의 Banning Pass 부근을 지나고, 15번 Freeway가 지나는 Cajon Pass를 거치며, 다시 Phelan 초입의 Mormon Rocks 의 바로 1마일쯤 서쪽에 있는 Lone Pine Canyon 을 이루고, Palmdale 의 Littlerock 을 지나, 5번 Freeway 상의 Gorman과 Tejon Pass를 가로지르고, Carrizo Plain 을 지나가서, 마침내는 San Francisco Bay Area를 거쳐 태평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에 의하면, 태평양판에 속해있는 LA는 계속 북상하는 반면에, 북미판에 속한 San Francisco는 계속 남하하고 있어, 대략 2000만년 후에는 LA가 San Francisco보다 더 북쪽에 위치하게 된다고 하니, 신비롭기만 하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 지진대와 35마일의 거리에 있는 LA지역에는 대략 140~160년을 주기로 대형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진도 8.1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도 35%가 되고, 이럴 경우에는 수천의 인명과 수천억달러의 재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하니, 이 San Andrea Fault 야말로 가히 우리 가주 또는 LA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부를 만하다.

오늘은 우리 LA의 북쪽 외곽을 관통하고 있는 그 유명한 ‘San Andrea Fault’를 직접 극명하게 관찰할 기회가 덤으로 주어지는 산 ‘Gobblers Knob’을 찾아가 본다.

우리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의 하나인 Mt. Baldy(10064’)의 동북쪽으로 직선거리 4마일 내외의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LA 한인타운에서는 15번 Freeway를 이용할 경우, 대략 포장도로로 73마일을 가고, 다시 비포장도로로 3.5마일을 가면 된다.

실제의 산행은 왕복 1마일에 순등반고도가 500’ 에 지나지 않아 대단히 쉬운 편인데, 샌게브리얼산맥의 최고봉인 Mt. Baldy를 비롯하여 Telegraph(8985’), Thunder(8587’), Harwood(9552’), Dawson(9575’), Pine(9648’), Wright(8505’), Circle(6880’) 등의 장엄한 고산준령들을, 평소에 자주 접하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아주 가까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Gobbler란 칠면조를 의미하는데, 예전에 이곳에 야생 칠면조들이 서식했었기에 이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이 있기도 하고, 이 산의 봉우리가 어느 각도에서는 칠면조의 머리모양을 닮아 보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고 하는데, 필자가 Lone Pine Canyon 의 건너편에 있는 Circle Mountain에서 이곳을 봤을 때는, 이 Knob 은 반듯하게 누워있는 여인의 머리로 보였고, 이웃한 동쪽의 6705’ 봉은 그 여인의 가슴, 그 아래 동쪽의 산줄기는 그녀의 하체로 연상되어지는 ‘옥녀취침’ 또는 ‘The Sleeping Beauty’형국으로 보여 졌었다.

Knob 이란 말은 길게 흘러내리는 산줄기에서 혹같이 불룩 솟아 나있는 언덕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표현일 것이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 출발하여 15번 Freeway (North)상의 Highway 138의 출구 (66.6마일)까지 간 후, 여기서 좌회전하여 1.2마일을 가면 왼편으로 Lone Pine Canyon Road 가 나오는데(67.8마일), 여기서 이 길을 따라 5.4마일을 가면 왼편에 비포장도로인 3N31(Lytle Creek Road)이 나온다(73.2마일).

Lone Pine Canyon Road 의 중간에는 왼편으로 비슷한 길(3N29)이 나오는데, 도중에 길이 여러번 갈라지며 운전거리가 6.7마일이나 되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5.4마일 지점 이전에 이 길을 따라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안 된다.

이 비포장도로(3N31)를 가는 데는 반드시 Ground Clearance가 높은 4x4차량이 필요하며, 이 길을 따라 3마일을 가면 3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우측 길을 택하여 0.5마일을 가면 길이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Saddle 에 이르게 된다(76.7마일). 이곳이 Trailhead 이므로, 주변의 적당한 공간에 주차한다.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Lone Pine Canyon Road 는 잘 정비된 포장도로로서 거의 직선으로 동남방향에서 서북방향으로 Wrightwood 까지 7마일 내외를 굴곡없이 곧게 뻗어 올라 가는데, 바로 이 Lone Pine Canyon 자체가 그대로 “San Andrea Fault” 의 뚜렷한 일부분이다. 깊숙이 찢어진 피부의 상처는 세월이 흘러도 선명한 흉터로 남아 있듯, 크게 갈라져 깨어졌던 지각의 상흔은 이처럼 깊고도 선명하다.

등산코스

여기에서는 동과 서에 각기 한 개씩 두개의 봉우리가 보이는데, 바로 가까이에 있는 서쪽이 Gobblers Knob 이고,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조금 더 따라가야 하는 동쪽은 아직 이름이 없는 해발고도 6705‘의 봉우리이다.

우리는 물론 가까운 서쪽의 봉우리를 향해 가야하는데 봉우리 오른쪽 기슭으로 좁다란 등산로가 서북쪽으로 뻗어가고 있으니, PCT 인 이 길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길은 좁지만 걷기에 편한 흙길이며 경사는 완만하다.

대략 20분 내외를 걷다보면 길이 그다지 높지는 않은 정면의 능선위로 이어진다. 능선위에 오르면 PCT는 계속 서북쪽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PCT를 버리고 왼쪽 즉 동남쪽에 있는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방향을 바꾼다.

제법 굵직한 소나무들이 산기슭에 자라고 있는 편안한 느낌의 오름길로서 등산로가 분명하게 나있지는 않으나 그저 그리 멀지않은 정상을 향해 곧바로 오르면 된다. PCT를 떠난지 대략 10분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사방의 전망이 탁트여 있어 가슴이 시원해지는데, 먼저 시선을 동쪽으로 돌리면 바로 이웃의 6705’봉 뒤로 멀리 Mt. San Gorgonio 와 Yucaipa Ridge, 그리고 Mt. San Jacinto 의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Lone Pine Canyon Road 를 따라 바로 그 북쪽에서 반듯하게 흘러내리는 Circle Mountain 줄기가 부드럽게 다가온다. 저 Circle Mountain 은 북미판 지각에 솟아 있는 산이고, 이곳의 나는 태평양판 지각의 산에 올라 있는 셈이다.

다시 남서쪽을 잘 살펴본다. 우리 LA지역의 수많은 산들 가운데서도 가히 군왕의 풍모를 가졌다고 할 수 있을 하얀 머리의 Mt. Baldy(10064’)가, 백두산을 능가하는 높은 장군봉들의 빈틈없는 호위를 받으며 약간 뒤쪽으로 모셔져 감싸여 있는데, 좌로는 Harwood(9552’), Thunder(8587’), Telegraph(8985’) 들이 외연히 시립해 있고, 우로는 Dawson(9575’), Pine(9648’), Wright(8505’) 등이 엄정히 옹위하고 있어, 매우 철두철미한 제왕으로서의 경호를 받고 있는 모양새를 이루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형세의 우뚝한 산들을 한 눈에 그것도 이처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이 참으로 경이롭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산줄기와 Mt. Baldy 를 비롯한 저 고산들의 사이에 있는 계곡을 따라서 길게 나 있는 중심 도로가 바로 Lytle Creek Road(3N31)인데, 이쯤에서 Gobblers Knob 이 있는 이 줄기를 타고 넘어 이쪽으로 올라 왔다가 우리가 이곳에 오를 때 거쳐왔던 뒤쪽의 도로(3N31)로 이어져 내리고 결국엔 Lone Pine Canyon Road 에 연결된다.

우리 등산인들이 Icehouse Canyon Saddle 을 동쪽 방면에서 올라갈 때에 이용하게 되는 비포장도로 Middle Fork Road 도 동남쪽 저 아래에 있고, Mt. Baldy Notch를 북쪽에서 닿을 수 있는 Baldy Road 도 저만치 남쪽 아래에 있다.

이곳 정상의 돌무더기에는 등정한 사람의 신상과 소감을 남길 수 있도록 정상등록부가 비치되어 있다. 웅장한 자연을 대하는 소박한 인간의 한자락 짧은 소회나마 한줄 남겨보면 좋겠다.

이곳을 지나는 PCT를 따라 서북쪽으로 가다보면 Wright Mountain 에, 또 Blue Ridge에 닿게 되니, 이 Gobblers Knob 줄기는, Wright Mountain 에 근원을 두고 동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가지줄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산하는 루트로는, 완만하게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안전하게 내려갈 수도 있고, 이곳 정상에서 곧바로 주차를 해놓은 동쪽의Saddle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급경사면을 타고 내려갈 수도 있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동쪽의 이웃 봉우리에도 올라보길 권한다. 정상의 분위기가, 이 Gobblers Knob 이 매우 단순하고 담백하다고 한다면, 그쪽은 꽤 다양하고 화사하다고 할 수 있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