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공행진 개스비 삶을 바꾼다”

2019-04-20 (토)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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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스비 아끼려 직장인 차량공유 늘고

▶ 점심도 차량이용 보다는 걸어서 이동

“고공행진 개스비 삶을 바꾼다”

LA 개스비가 4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인 직장인들이 개스비 절약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LA 카운티 내 한 주유소의 가격 전광판의 모습. [AP]

# 한인타운에 직장을 갖고 있는 한인 K(48)씨는 지난주부터 직장 동료와 함께 1주일에 2일 정도 카풀을 하기 시작했다. 개스비가 4달러를 넘어서면서 세리토스에서 직장까지 개스비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K씨는 “카풀하는 것이 좀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개스비를 아낄 수 있어서 시작했다”며 “개스비가 더 오르면 횟수를 늘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개스비가 한인 직장인들의 삶을 바꾸어 놓고 있다.
개스비가 싼 주유소를 찾는 수고는 물론 도보 점심에 출퇴근 ‘카풀’이 ‘고(高) 개스비 시대’ 한인 직장인의 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19일 현재 전국자동차클럽 AAA와 유가정보서비스국(OPIS)에 따르면 LA 카운티의 레귤러 평균 개스 가격은 갤런당 0.2센트 올라 4.076달러를 기록했다.


38일 동안 상승 곡선을 그리다 18일 가격 변동없이 상승세가 꺾인 지 하루 만에 다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LA 카운티의 이 같은 개스비 상승폭은 2015년 7월3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게 AAA의 분석이다.

LA 개스 가격이 4달러대에 접어들자 가뜩이나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한인 직장인들에게는 개스비 인상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식비와 의료비를 비롯한 기본 생활 경비가 이미 인상된데다 개스비 인상으로 출퇴근 교통비 부담이 더해진 상황이다.

개스비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해 한인 직장인들이 일종의 자구책을 구하는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먼저 개스비가 상대적으로 싼 주유소를 찾는 일이 직장인들의 일상이 되었다. 한인 L씨는 “예전에는 개스비에 상관없이 아무 주유소에 들러 개스를 넣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앱이나 동료들의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주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프리미엄급 개스를 주유하던 직장인들 중에 가격이 싼 레귤러급으로 하향해 주유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같은 직장 동료 중 거주지가 같거나 같은 방향인 경우에는 카풀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카풀 자체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1주일에 2~3회 정도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것 만큼 개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한인 N씨는 “아침 출근 시간을 맞추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지만 퇴근 시간 맞추기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라며 “아낀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의 차량 운행을 자제하는 직장인도 있다. 예전 같으면 맛집을 찾아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직장 근처 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으며 4~5블록 정도 떨어진 식당이라도 걸어서 이동하는 직장인들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한인 직장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LA 개스비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이나주 내 10곳의 정유공장 중 6곳이 정비를 이유로 정상적으로 가동을 하지 않아 개스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가주에만 정비 정유공장 4곳이나 되다 보니 이들 정유공장이 정상 가동될 때까지 LA 개스비 상승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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