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심코 한 말, 인종차별 소송 부른다

2019-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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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임대주택을 소유한 한인들이 많아지면서 세입자 모집과정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광고 때문에 뜻하지 않은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뉴저지 주에서 타인종에게 주택 임대를 거부한 한인 부부와 부동산 중개인이 세입자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주 검찰에 피소됐다. 임대하려고 내놓은 듀플렉스의 한 유닛을 타인종 부부가 보여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인 세입자를 원한다며 거부한 것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문제가 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아파트를 소유한 한 한인은 얼마전 세입을 희망하는 타인종에게 ‘테넌트가 모두 한인’이라고 밝혔다가 항의가 들어와 크게 곤욕을 치렀다. 또 2017년 뉴욕 퀸즈에서는 한 주택소유주가 세입자들에게 이민신분과 고용상태를 증명하는 서류 제출을 요구해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수년전 인종차별적 언사로 LA클리퍼스 구단 강제 매각처분을 받았던 도널드 스털링 부부가 한인타운 아파트에서 ‘한인들의 입주를 환영한다’는 광고와 현수막을 내걸고 흑인과 라틴계 세입자들을 차별하다가 소송을 당해 거액의 합의금을 냈던 일은 크게 뉴스가 됐던 사건이다.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의 공정주거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 성별, 장애 흑은 가족상황 등의 이유로 차별적인 발언을 하거나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불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평등고용 주택국(DFEH)의 공정주거법은 이외에도 나이, 결혼 및 임신 여부, 자녀 유무를 거래조건으로 제시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아파트가 이미 임대됐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위법으로 포함하고 있다.

세입자 차별행위가 이처럼 엄격하게 금지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의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언어소통에 불편을 겪는 이민자들이 동족의 세입자를 선호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차별을 금하는 미국에서 살아가려면 타민족과 타인종에 대해 동등한 시각과 배려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끼리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말과 단어의 표현에 주의하며, 렌트 기본법규를 숙지하고 준수하는 것만이 분쟁과 소송을 방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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