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열’ 과도하면 독이다

2019-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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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명문 고교에 재학 중이던 한인 여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14살, 갓 10대에 접어든 소녀가 칼스테이트 풀러튼 대학 주차 빌딩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한창 꿈 많을 어린 나이에 자살을 택한 이유가 ‘성적’이었다니 안타까운 비극이다. 최고성적, 명문대 입학을 자녀교육의 지상목표로 삼는 한인사회의 전반적 교육열을 되돌아봐야 할 계기이다.

숨진 여학생이 다니던 트로이 고교는 일반 학교들과 달리 입학시험에 합격해야 들어갈 수 있다. 중학교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하고,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많으니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우등생이던 학생이 갑자기 경쟁에 밀려 성적이 떨어지면 충격이 상당하다. 심한 경우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번에 자살한 여학생도 그런 케이스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인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한인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한인 2세들이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한인사회가 짧은 이민 기간에 이만큼 성장한 것은 교육에 특별히 공을 들인 1세들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높은 교육열이 초래한 부정적 측면이 없지 않다. ‘SAT 만점’ ‘명문대 입학’이 한인사회에서 뉴스가 되고 학부모들 간 자부심이 되는 이면에서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인학생들이 감수하는 고통은 엄청나다.


한인자녀들은 부모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성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알 필요가 있다. 전반적 한인사회 분위기, 그리고 무언중에 드러나는 부모의 기대를 어린 자녀들은 감지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의 성적 질책까지 뒤따르면 학생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감에 내몰린다.

자녀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고 나서 성적이다. 한창 밝고 생동감 넘칠 나이에 성적 스트레스에 짓눌려 삶의 기쁨을 잃는다면 그것은 바른 자녀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어떤 과오를 저지를지 알 수 없다.

부모는 자녀에게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자녀의 눈높이로 같이 바라보며 대화의 통로를 항시 열어두는 것이 기본이다. 부모의 교육열은 적정해야 한다. 너무 과도하면 후회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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