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는 노래한다, 창피해질 때까지’

2019-04-11 (목) Sandra M. Cast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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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노래한다, 창피해질 때까지’

정인옥‘창문’

조그만 캐롤 시티, 라스 비야스바의 간이 스테이지에서
술을 너무 오래 마신 아버지는 노래를 하네
외식을 하러 나온 쿠바식당
나이 45세에 기타를 배우고 “Que Dificil Es..”에 대해 쓰는
싱어, 뮤지션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여전히 번역이 필요한 도시
마이애미 속의 스페인을 살아가기
나는 얼어붙은 듯 앉아있네,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는 내 손을 꼭 쥐네, 활짝 이를 드러내 웃으며
Mae와 Mitzy는 창피함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식탁 아래 새빨간 테이블보 속으로 숨어버리고
나와 엄마만 앉아있는 테이블
눈에 쏟아지는 스포트라잇에 갇힌 우리
그 창백한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
어찌 모르는 척 할 수가 있을까

Sandra M. Castillo
‘아버지는 노래한다, 창피해질 때까지’
임혜신 옮김

부모들도 때로, 숨겼던 자신을 감춤 없이 드러낸다. 이 장면이 그중 하나다. 외식하러 간 쿠바 식당에서 유명한 가수라도 된 듯 한 손에 마이크를 잡고 한 손은 쭉 뻗어 가족들을 가리키며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 하얀 양복을 입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온 스포트라잇이 당황을 감춘 가족의 얼굴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멕시코 싱어 호세 호세의 흉내를 내보는 쿠바 생 아버지의 노래는 조금도 자랑할 만하지가 않다. 하지만 창피해서 숨고 싶다고 말하는 시인 딸과 아내는 더 깊은 곳을 보고 있다. 한 남자의 생, 그 이루지 못한 꿈과 정열의 뒷이야기를. ‘Que Dificil Es’는 “참 힘들어요. 당신을 사랑하지만 시간을 갖고 싶어요”라는 내용의 묘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YouTube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임혜신 <시인>

<Sandra M. Cast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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