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로만 끝나선 안 될 ‘평통 축소’

2019-04-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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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평통 사무처가 오는 9월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미주지역 평통 자문위원 수를 지금보다 10%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주 평통의 규모와 관련, 지나치게 많은 위원들로 구성되다보니 운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온 터였다. 그런 만큼 한국 평통 사무처가 규모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문제는 평통 사무처의 실행 의지이다. 현 LA 평통 자문위원 선정 당시에도 한국 사무처는 위원수를 157명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출범 당시 위원은 186명으로 29명이나 늘었으며 이후 계속된 추가 임명으로 현 위원은 무려 195명에 달하고 있다. 195명이라는 숫자는 평통이 천명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통일자문과 의견수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산만하다.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평통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위원 수는 고작 80명 정도로 출석률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또 연 회비 납부율도 70% 내외에 머물고 있다. 평통 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등한시 하는 위원들이 너무 많다는 얘기다. 조직이 비대할수록 구성원 개개인들이 느끼게 되는 의무감과 책임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평통이 바로 그런 모습이다.


명예만 누리고 책임은 외면하는 위원들은 평통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오랫동안 제기돼 온 ‘평통 무용론’은 전문성과 역할인식이 결여된 인사들이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데 따른 자연스런 비판이었다.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평통 내부의 갈등과 잡음 또한 이런 문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평통은 친분 쌓기와 개인적 명예가 우선인 사조직이 아니다. 평통이 맡은 바 역할을 다하려면 밀도 높은 공조직으로 재편돼야 하며 이를 위한 첫 걸음은 바로 내실화를 위한 규모축소라 할 수 있다. “10% 정도의 축소로는 부족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 특히 향후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평통 사무처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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