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정성’가치 훼손한 부유층 입시비리

2019-03-15 (금)
작게 크게
이번 주 터져 나온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입시부정 스캔들로 미국사회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유명 연예인과 법조인, 그리고 기업 CEO 등 미국사회 상류계층이 연루된 이번 스캔들은 오고간 돈의 액수와 수법에 있어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비리다.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된 연루자만 50명에 달하고 뇌물 총액은 2,500만 달러를 넘는다. 또한 드러난 수법의 대담함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남가주의 입시 컨설턴트를 주모자로 해 장기간 저질러져 온 입시비리는 얼마 전 부모들의 빗나간 욕망과 비뚤어진 교육열을 꼬집어 화제가 됐던 한국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현실판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케이스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사회의 민낯과 명문대라는 브랜드에 눈이 먼 일부 계층의 검은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부유층의 행태에서는 목표만 성취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릇된 윤리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번 스캔들이 남긴 가장 큰 상처는 교육 일반과 입학사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가치인 ‘공정성’을 너무 심하게 훼손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입학사정은 절대적인 공정성이 생명이다. 학생들이 대학입학을 목표로 쏟아온 노력과 성과는 특히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되며, 피해자들의 분노와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지금 미국사회 전반의 반응이 바로 그렇다.


그동안 대학입학에 이르는 과정과 관련해 특혜와 불공정성이 존재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부유층 자제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대가로 하버드 같은 명문대에 입학하는 데 대해 많은 미국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거액의 뇌물을 매개로 저질러져 온 이번 스캔들은 평평해야 할 운동장이 일반의 인식보다 훨씬 더 기울어져 있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연방검찰은 이번에 기소된 케이스가 ‘방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스캔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같은 비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히 응징해야 할 것이다. 교육계 또한 이번 스캔들을 자기점검과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초대형 교육 스캔들을 지켜보면서 미국사회를 지탱시켜온 ‘아메리칸 드림’의 토대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게 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