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 시대의 위험한 사랑 찾기

2019-03-13 (수) 12:00:00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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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나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사랑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 성행하는 ‘데이팅 앱’을 통한 성범죄 관련 사고들을 지켜보노라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오늘날 젊은층의 새로운 만남 풍속도로 자리 잡은 ‘데이팅 앱’이란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과거에는 주선자가 직접 소개팅을 성사시켰다면, 오늘날은 데이팅 앱이 주선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탄생한 데이팅 앱 ‘틴더’를 필두로 전 세계 약 8,000개에 달하는 데이팅 앱, 웹사이트 등이 생겨나며 미국 내 데이팅 앱 시장규모는 40억 달러에 육박한다. ‘틴더’는 이미 전 세계 196개국 5,000만 명 이상 가입자를 확보해 하루에만 평균 2,500~3,000건에 달하는 매칭을 발생시키고 있다.


별도의 주선자 없이도 상대방의 프로필을 파악해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데이팅 앱‘은 사랑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21세기 디지털 기술이 선사해준 선물과도 같다. 실제로 데이팅 앱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들의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일에는 흑과 백이 존재하는 법. 범죄자들은 데이팅 앱의 인증절차가 단순하고, 신상정보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앱을 범죄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UC 어바인에 재학 중이던 20세 남학생이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 소녀를 성폭행 했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틴더를 통해 만난 여성들을 연쇄적으로 성폭행 및 살인한 살인마도 LA 지역에서 체포됐었다(본보 3월8일자 A1면 보도).

지난 2016년 영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팅 앱을 통해 발생한 범죄는 2년 새 7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3년 55건이던 관련 범죄가 2015년 412건으로 늘어나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특히 범죄의 절반 이상은 성범죄였다.

실제로 기자도 취재를 위해 성별, 연령 등을 실제와 달리 기재해 한 데이팅 앱에 가입해보았다. 신상정보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인증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범죄자가 마음만 먹으면 데이팅 앱을 이용해 쉽게 피해자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다.

고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데이팅 앱들의 광고문구와는 달리, 향후 일어날지도 모를 위험을 규제하는 방법은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때문에 데이팅 앱들이 안전 시스템을 보완하지 않는 이상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데이팅 앱의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앱을 통해 만난 용의자와 사랑에 빠진 줄 알고 만남을 이어가다 피해를 입었다”고. 사랑을 찾고자 하는 마음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와 느슨한 규제방식으로 앱 운영을 이어가는 회사들. 앱 이용자들은 스스로 조심하는 것 이외에는 위험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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