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음 시즌을 위하여

2019-03-12 (화)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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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남가주 공연예술단체들의 2019/20 시즌 내용이 거의 다 나왔다. 새 시즌 자료를 열어볼 때면 언제나 흥분되지만 다음 시즌에는 특히 가슴 뛰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 중에서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공연이 몇개 있어서 모아보았다. 지금은 구독자(subscriber) 티켓을 판매중이고 싱글티켓 판매는 여름에 시작되니 미리 참고하시기를.

첫 번째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LA 필하모닉의 협연이 있다. 지난해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조성진이 이번에는 협연자로 초청받아 11월30일과 12월1일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콘첼토 2번을 연주한다. 조성진이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랐음을 공인하는 콘서트로,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선율이 흘러넘치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인 만큼 한인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사실 다음 시즌 LA 필하모닉의 가장 중요한 콘서트는 정확히 창립 100년이 되는 10월24일의 ‘센테니얼 생일축하 콘서트’다. 여기에서 젊은 작곡가 다니엘 비야르나손에게 위촉한 신곡이 세계 초연되는데 이 작품은 전현직 음악감독들인 두다멜, 에사 페카 살로넨, 주빈 메타 3인의 마에스트로가 모두 포디움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음악이다. 안타깝게도 이 연주회의 티켓을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LA 오페라는 다음 시즌 7개의 작품(라 보엠, 라잇 인 더 피아자, 마술피리, 유리디스,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피가로의 결혼, 로베르토 데브뢰)을 공연하는데 이중에서 11월16일부터 공연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꼭 보시라고 권한다. ‘마술피리’는 자주 공연되지만 배리 코스키 감독이 연출한 이 프로덕션은 좀 특별하다. 오페라와 만화와 무성영화를 버무려놓은 듯 톡톡 튀며 재미있고 기발해서 2013년 처음 공연됐을 때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끌었고, 2016년 리바이벌 공연 역시 대성황이었으며, 이번에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릴 만큼 보증된 화제작이다.

특히 여기서 밤의 여왕 역으로 소프라노 박소영이 2016년에 이어 또 나오는데, LA 오페라의 영아티스트 출신인 그녀는 올해 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같은 역으로 데뷔했고 보스턴 리릭 오페라,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모두 이 고난도 역할을 소화했을 정도로 밤의 여왕 전문가수로 인정받고 있다.

내년 2~3월 도니제티의 오페라 ‘로베르토 데브뢰’는 78세의 현역 플라시도 도밍고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이다.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음역을 내린 도밍고는 지금까지 150개가 넘는 배역을 소화한 유일무이의 명장이며 세월이 깊어질수록 찬탄을 자아내는 가수다. 작년 9월 공연된 이번 시즌 개막작 ‘돈 카를로’에서도 믿을 수 없으리만치 젊고 멋진 공연을 보여준 그는 오는 5월14일 브로드 스테이지에서 리사이틀도 갖는데 그 티켓은 이미 오래전에 매진되었다.

특히 이 오페라의 지휘를 한인 여성 김은선이 맡게 되어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김은선은 지금 유럽과 미국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는 젊은 지휘자로, 지적이고 유연하면서도 정확한 지휘로 각광받고 있다. 김은선은 이에 앞서 올여름 할리웃보울 무대에 데뷔할 예정이다. 9월10일 LA 필하모닉을 지휘하여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라벨의 피아노 콘첼토를 장-이브 티보데와 협연할 예정이라 이 역시 무척이나 기대된다.

LA 뮤직센터의 아만슨 극장은 다음 시즌 그야말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작품 2개를 무대에 올린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맞춰 남자 백조들이 파워풀한 발레를 춤추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12월3일부터 1월5일까지 공연되고, 바로 이어 가수 스팅이 작곡 작사 주연하는 자전적 뮤지컬 ‘더 라스트 쉽’(The Last Ship)이 1월14일부터 한달간 공연된다. 이건 정말 놓치면 안되겠다.

마지막으로 셰쿠 카네 메이슨(Sheku Kanneh-Mason)이 있다. 그가 누구냐고? 작년 봄 영국의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을 본 사람이라면 첼로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던 흑인 젊은이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 스무살이 채 안된 그는 2016년 ‘BBC 올해의 젊은 뮤지션 대회’에서 흑인으로 역사상 처음 우승한 후 클래식 음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성이다. 카네 메이슨은 원래 작년 5월에 LA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미국에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왕실의 부름을 받고 이를 연기했었다. 그 연기된 공연이 바로 내년 5월15~17일 LA와 OC의 3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세계 10억명 이상이 로열웨딩을 본 이후 엄청 더 유명해졌으니 연주회도 일찌감치 매진될 것이다. 생상의 첼로 협주곡 1번이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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