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인 밀어내는 얌체 ‘장애인 파킹’

2019-03-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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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파킹’ 시비가 총격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건강한 운전자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차지하자 주차공간을 잃어버린 장애인이 격분하면서 사건이 발생했다. 잦은 단속과 높은 벌금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구역 얌체 주차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운전자들의 양심과 시민의식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안이다.

총격사건은 지난 5일 미주리 주의 한 샤핑몰에서 일어났다. 아마존 배송기사가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필시 배송 물량이 많은 운전자는 ‘잠깐 정차’라는 생각에 차를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마침 이곳에 주차하려던 장애인 남성이 무단주차를 지적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급기야 총까지 동원되었다.

‘장애인 파킹’ 관련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특정지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LA 한인타운에서는 아파트의 장애인 주차구역을 둘러싼 이웃 간 시비가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잠깐의 편의를 위해 총을 맞고 소송을 당하는 위험을 불사할 것인지 냉정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에 따르면 가주 전체에서 발급된 장애인 주차카드는 총 290만개이다. 이들 카드 10개 중 하나는 불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DMV 측은 보고 있다. 지난 1월 단속 당시 조사관은 장애인 주차카드가 e베이에서 60달러씩에 판매되는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다. 1월 단속에서만 ‘장애인 파킹’ 위반자 130명이 적발되었다.

멀쩡한 운전자가 장애인 주차구역을 가로채거나 주차카드를 남용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주차공간 찾기 어려워 파킹랏을 수없이 맴돌 때 비어있는 장애인 주차구역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족 중 장애인 주차카드 소지자가 있을 경우 잠깐씩 이용하고 싶은 유혹은 떨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장애인 주차카드는 미터파킹 주차공간을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특권도 제공하니 남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모든 불법은 언젠가는 꼬리가 잡힌다. ‘장애인 파킹’ 불법남용도 예외가 아니다. 높은 벌금과 나쁜 운전기록이 뒤따른다. 그보다 나의 몰지각한 얌체행각으로 누군가는 절실히 필요한 주차구역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은 장애인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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