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인’

2019-03-07 (목) Tom Wa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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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가경 ‘슬로우 다운’

택스트북이나 문제집을 보다 몸을 비튼다
말을 하긴 하기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구두 지시나 설명을 정확하게 주지 못한다
읽은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들은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예, 아니오 질문에 잘 답하지 못한다

속담을 해석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가 등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시각적으로 부적당한 것을 가려내지 못한다

분류하거나 가르는 일이 어렵다
빼기나 더하기 연습문제나, 구구단 등을
잘 해나가지 못한다
단어의미를 하루는 알고 다음 날은 모른다.


Tom Wayman ‘시인’ 전문
임혜신 옮김

이 시의 문구들은 학습 능력 테스트의 문제지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흥미롭게도 시인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를 가진 아이들 혹은 어른 들 중에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원하는 것에만 과잉적으로 집중한다. 모티베이션은 오직 내부에서 온다. 그들이 책상앞에 앉아 획일화된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좋아하지 않는 것 앞에서 집중력을 잃고 흑백논리 앞에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그들이 문제인가 그들에게 명백한 Yes, No를요구하는 사회가 문제인가. 이 질문의 답을 찾아 오리무중의 세상을 몸을 비틀며 헤매는 이들이 바로 시인들인지 모른다. 임혜신 <시인>

<Tom Wa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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