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캘리포니아는 ‘전쟁 중’

2019-02-27 (수)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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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반트럼프 저항운동의 선봉을 자처하며 트럼프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치졸한 정치 보복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갈등 수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민정책, 국경장벽, 기후협약, 마리화나 합법화, 석유시추에 이르기 까지 번번이 충돌을 계속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가 고속철 문제로 부딪히면서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하나의 미국이 또 다른 미국과 싸운다’며 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의 갈등 양상을 ‘내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던 2016년 11월 9일 UCLA 인근 거리로 몰려나온 500여명의 시민, 학생들이 외쳤던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어도 캘리포니아에서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만 46개에 이르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의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50여개에 이르는 소송으로 포격전을 벌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는 고속철 예산철회 결정으로 갈등이 폭발, 이제는 맞대결 양상이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사업비로 배정한 9억2천900만 달러를 취소한다며 캘리포니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연방 교통부는 캘리포니아가 사업비로 이미 써버린 25억 달러도 되돌려 받겠다고 한 술 더 뜨고 나선 것.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속철 예산 철회가 ‘정치보복’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섬 주지사의 생각도 그랬다. 뉴섬 주지사는 “이는 트럼프의 분명한 정치 보복”이라며 “이 예산은 캘리포니아의 돈이다. 캘리포니아에 배정된 예산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트럼프의 고속철 예산 철회는 캘리포니아가 16개주와 함께 국가비상사태 무효 소송 제기를 발표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어서 ‘정치보복’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연방에서 분리, 독립하자는 ‘칼렉시트’ 목소리까지 나왔던 캘리포니아와 트럼프 행정부의 치열한 전투가 이제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민자들의 본산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진보적 가치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반트럼프 전선의 최선봉에 서 있는 것이 한편으론 필연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갈등의 전선이 날로 확대되고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 ‘기 싸움’ 정도로 보였던 캘리포니아와 트럼프의 싸움이 갈수록 진보 대 보수의 대립, 가치와 이념의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치명상을 입은 한쪽이 무릎을 꿇거나, 다른 한쪽이 재선에서 낙마하지 않는 한 끝나지 않을 싸움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로 첨예한 갈등 양상이 깊어지고 있는 갈라진 미국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김상목 정책사회팀장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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