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크푸르트에서 단 하루… 도심 걷기 여행 코스
▶ 유럽의 관문 프랑크푸르트에서 단 하루
독일 최고 높이 코메르츠방크 아래 오래된 2층 건물이 오히려 이질적으로 보인다.
현대적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외형상 가장 독일적인 공간 뢰머.
성당과 광장은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다. 프랑크푸르트는 다르다. 항공과 철도교통의 요충지이자 상업과 금융 중심지답게 세련됨으로 무장했다. 수도 베를린에도 없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산뜻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도시라고 자랑한다. 프랑크푸르트는 인지도에 비해 작은 도시다. 인구 규모는 70만으로 경기 안산에 못 미친다. 도심이라 부르는 지역은 더욱 단출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는 수준이다.
국제회의와 박람회가 많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단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어디로 갈까? 무엇을 볼까? 프랑크푸르트 중앙역(Frankfurt Hauptbahnhof)을 출발해 관광청에서 추천하는 주요 관광지 7곳을 찍고 지도에 표시해보니 3㎞가 조금 넘는다. 걷는 시간은 약 40분이다. 중앙역으로 되돌아온다 해도 5km, 1시간 남짓이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나오면 한국인에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층 빌딩이 아니라 한국의 K타이어 간판이다. 그 옆에 N타이어 간판도 보인다. 마인타워로 이어지는 카이저거리는 K타이어 간판 왼편이다. 인도가 충분히 넓어 걷기 편하다. 마인타워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200m 높이에 공공전망대가 있어 시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청 직원의 말만 믿고 곧장 타워로 향했지만, 건물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야외에 위치한 전망대에 며칠 전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일시 폐쇄했단다. 그러나 실망하긴 이르다. 대안은 인근 갤러리아백화점 테라스다. 가는 길은 에두르지 않고, 56층 규모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코메르츠방크 본사 건물 로비를 통과한다. 지금은 외곽으로 이전한 유럽중앙은행 자리의 EU 상징물과 함께 유럽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이는 건물이다.
백화점에 도착해 곧장 꼭대기 층 푸드코트와 연결된 테라스로 나갔다. 그제서야 지나온 거리의 스카이라인이 선명하다. 고층건물은 시내 중심에 모여 있지만, 중첩될 만큼 많지 않아 깔끔하다. 사실 대도시 풍경에 익숙한 여행자에겐 스카이라인보다 한층 선명한 수많은 비행기 궤적이 더 눈에 들어온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독일의 관문이고 유럽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항공기 이동이 많은 것이 큰 이유이겠지만, 그만큼 대기가 맑다는 점에 감탄하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를 즐기는 시민들도 인상적이다. 독일인의 맥주사랑은 장소도 계절이 없어 보인다. 백화점 바로 아래 광장 한 가운데는 오래된 2층짜리 건물 하우프트바헤(Hauptwache)가 버티고 있다. 현대식 건물로 둘러싸여 이질적이지만 당당하다. 1671년 세워져 1728년에 재건한 경비시설로 1904년부터는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세련된 국제도시의 면모를 뒤로하고 전통의 흔적이 남은 파울교회(Paulskirche)와 뢰머베르크로 발길을 옮겼다. 파울교회는 이름만 교회이고 내부는 전시실이자 문화시설이다. 1848년 제1회 독일연방회의를 개최했고, 당시 결의안이 오늘날 연방기본법의 근간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1층은 헌법 정신을 표현한 그림을 서사시 형식으로 전시했고, 2층 예배당은 각종 문화행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안내 책자는 뢰머와 뢰머베르크를 따로 소개하고 있지만, 두 곳은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계단식 지붕이 인상적인 뢰머는 본래 귀족의 저택이었으나 1405년부터 시청으로 사용됐고, 지금도 관청이 입주해 있다. 맞은편 뢰머베르크는 독일 특유의 중세 목조구조물 형태의 건물이 밀집한 구역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파괴된 이후 1986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건축 당시 모습을 간직한 목조건물은 광장 끝자락 골목에 유일하게 한 채 남아있는데, 현재는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외형상 가장 독일다운 모습을 간직한 곳을 꼽는다면 바로 이곳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마인강을 가로지르는 아이제너슈테그(Eiserner Steg)와 만난다. 프랑크푸르트 북측 구시가지와 작센하우젠 지역을 연결하는 보행자전용 다리인데, 한국어로 옮기면 그냥 ‘철교’다.
실용적이긴 하지만 참 멋없는 이름이다. 우람하고 튼튼한 골격에 짙은 녹색 페인트까지 칠했으니 외형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유는 프랑크푸르트의 젖줄 마인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이곳에서도 스카이라인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이 다리에 도착하는 시간은 되도록 해질녘으로 잡는 게 좋겠다. 마인강 끝자락으로 발갛게 노을이 떨어지고, 다리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고층빌딩의 차가운 통유리도 따뜻한 조명으로 야경을 밝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관광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랑의 자물쇠도 지극히 현대적인 이 도시의 삭막함을 조금은 녹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