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년전 고대 바빌로니아인 천문현상 분석 위해 수학 활용
▶ 뉴턴 중력의 법칙·빅뱅이론 등 수학으로 밝힌 천체현상 다뤄
이언 스튜어트 지음 흐름출판 펴냄
■우주를 계산하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던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퍼스트맨’(2018). 광활한 우주를 담은 장면부터 달 착륙 장면까지 숱한 명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가장 관객을 의아하게 만들었던 장면들을 꼽는다면 비행 훈련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감싸 쥔 채 보내는 닐의 모습이었다. 어린 딸 케런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닐은 곧바로 앞선 비행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정확한 수식 계산에 매달리며 펜대를 굴린다. 기계 오작동으로 제미니 8호와 함께 우주 미아가 될뻔한 상황에서도 그가 매달려야 하는 건 계산, 또 계산이다.
‘우주를 계산하다’에 따르면 인류가 우주에 관심을 가진 이래로 수학의 역사도 시작됐다. 3,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천문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수학의 기초를 쌓아올렸다. 인류는 수학을 통해 일식이나 월식의 원리를 계산할 수 있었고 행성의 자전과 공전 속도, 별의 크기와 별 사이의 거리까지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인간이 우주로 향하는 여정에도 수학이 지도 역할을 했다. 인류가 중력의 법칙을 통해 지구와 태양계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면서 천문학과 수학은 영구적인 동맹을 맺게 됐다.
책에서는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 태양계와 달 생성의 비밀, 우주 행성 배열의 비밀을 밝힌 티티우스-보데의 법칙, 소행성의 발견부터 위성의 궤도, 혜성의 구성물질과 원리, 은하의 구조, 암흑물질, 블랙홀의 원리, 빅뱅과 우주의 팽창, 다중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수학을 활용해 밝혀낸 거의 모든 천체 현상을 다룬다.
대중을 위한 과학 저술 활동을 이어온 저자답게 과학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건져 올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과학지식이 충분하지 않던 시절 사람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로 받아들였지만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1577년 대혜성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인류는 천상에 존재하는 혜성의 존재를 인식하게 됐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핼리 혜성을 예측할 수 있었던 힘도 수학에서 나왔다. 1705년 에드먼드 핼리가 수학적 패턴으로 혜성 운동의 주기성을 증명했고 이후 핼리 혜성은 핼리가 계산한 패턴 그대로 지구의 하늘에 등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학은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태양계 바깥의 광활한 우주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우주가 텅 빈, 무한히 넓은 공간이라는 사실을 반박했고 1927년 르메르트는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을 이용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 여성 천문학자 레비트는 수많은 은하가 지구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 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론 과학과 수학의 동행에는 3보 전진, 2보 후퇴의 과정이 반복됐다. 수십년 전만 해도 빅뱅이나 암흑물질을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흘러 빅뱅이론이나 우주 팽창 이론은 전면 수정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아직도 수학과 천문학이 함께 밝혀내야 할 미지의 세계가 광활하게 남아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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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