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해년 유감

2019-01-16 (수) 김성식 스프링필드,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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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유감

김성식 스프링필드, 버지니아

연말에서 이듬해 초까지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복 많이 받으라는 얘기가 오가는 시기인데, 그냥 ‘새해’ 또는 ‘2019년’이라고만 말하거나 적으면 괜찮을 것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 해’라고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다.

생각해보자. 2019년 1월1일에 기해년이 밝은 것일까? 그 날이 속칭 황금돼지해가 시작되는 첫 날인 것일까? 아니다. 기해년은 2019년 2월5일에 시작된다. 2019년 1월1일이 아니고.

그럼 기해년은 2019년의 1월1일이 아니라 왜 2월5일에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에는 양력과 음력이 있다. 양력은 태양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고 태양력(太陽曆), 일력(日曆)이라고도 한다. 음력은 달의 차고 기우는 것을 기준으로 만들었고 태음력(太陰曆), 월력(月曆)이라고도 한다.

양력은 아라비아 숫자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연도를 매겨나간다. 2017년, 2018년 그리고 2019년의 순으로 말이다. 그런데 음력은 그렇게 숫자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갑을병정(甲乙丙丁)으로 시작해서 경신임계(庚申壬癸)로 끝나는 10간(干)과, 자축인묘(子丑寅卯)로 시작해서 신유술해(辛酉戌亥)로 끝나는 12지(支)를 조합해서 그해의 명칭을 정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진왜란의 임진(壬辰), 을사늑약의 을사(乙巳), 기미독립만세의 기미(己未)가 모두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10간과 12지를 조합하면 모두 60가지가 되는데 이것이 ‘60갑자(甲子)’다. 즉 음력은 이 60갑자의 순으로 진행된다. 60갑자가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다시 기해년 얘기로 돌아가자. 앞에서 말했듯이 ‘기해년’은 음력에서 사용하는 것이고 양력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기해년은 음력으로 따져서 새해 첫 날인 1월1일 즉 설날이 되어야 시작되는 것이다.

즉 이번 기해년은 2019년 2월5일 설날에 시작되는 것이다. 2019년 1월1일이 아니다. 즉 ‘양력 2019년 2월5일’이 ‘음력 기해년 1월1일’이니까, 기해년이 시작되는 설날 부근에 가서야 ‘기해년’, ‘황금돼지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양력 1월1일에 즈음하여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말할 것은 아닌 것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설날이 무슨 날인지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12월25일 성탄절을 산타 할아버지 생신인 것으로 아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것처럼 설날을 ‘세배하고 세뱃돈 받는 날’, ‘떡국 먹는 날’, ‘한복 입는 날’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설날, 음력 1월1일, 음력으로 새해 첫 날이다. 그래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그 날에 새로운 한 해가 복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웃어른께 새해 인사로 전통적 인사법인 절을 한다. 그게 바로 세배(歲拜)이다.

설마 싶어서 한 가지 덧붙인다. 2019년 1월1일부터 2월4일 사이에 태어난 아기에게 “2019년에 태어났으니까 너는 돼지띠야.”라고 말해주면 안 된다. 띠는 음력으로 따지는 것이다. 기해년이 시작되는 2019년 2월5일(음력 1월1일, 설날) 이후에 태어난 아기가 돼지띠인 것이고, 그 전에 태어난 아기는 무술년에 태어난 개띠이다. 잘못 말해주면 개띠인 그 아기는 평생 자기가 돼지띠인 줄로 알고 살게 아닌가 말이다.

참고로 2019년 1월1일은 무술년 11월 26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2019년 1월1일에서 기해년이 시작되는 설날까지는 한 달 하고도 며칠 더 남았다.

<김성식 스프링필드,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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