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과 낙타’

2019-01-15 (화) 마크 스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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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낙타’

김소문 ‘모성’

마흔 살 되던 해 생일 날
베란다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사람 하나와 낙타 하나가 나타났지.
둘 다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흐르듯 길을
나섰지, 타운을 떠나며 그들은 노래하기 시작했어
하지만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아직도 미스터리-
가사는 불분명하고 음정은 장식이 많아 기억할 수가 없었지
그들은 곧 사막으로 들어섰고, 목소리는 바람에 불리는 모래들
체를 치는 소리보다 한 음 더 높았지.
알 수 없는, 사람과 낙타가 묘하게 섞인
이상한 커플의 이상적 이미지랄까
그 밤이 내가 그토록 오래 기다리던 날이었던가? 그렇게 믿고 싶었었지,
그런데 그들은 사라졌어, 사람과 낙타는 노래를 그쳤지,
그리고는 타운으로 달려오더군. 베란다 앞에 서서
구슬같이 영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지;
“네가 망쳤어, 네가 영원히 망쳐버렸다고.”

마크 스트랜드‘사람과 낙타’ 전문
임혜신 옮김

오직 마크 스트랜드 만이 상상할 수 있는 한 음계 높은 세계에 사람과 낙타가 있다. 그들은 아주 이상한 이상적인 커플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가슴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갈망일 수도 있겠다. 둘의 관계는 영원한 역동의 불협-화음이다. 낙타와 인간, 당신과 나, 이곳과 저곳, 꿈과 현실을 가장 아름답게 조합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 둘이 초인간적 사막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은 오직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옵션 밖의 옵션이 아닌가. 잃어버린, 스쳐간, 신기루 같은 열망을 표현하여 ‘네가 망쳤다’라 손가락질하는 희극적 후회 또한 오직 마크 스트랜드만의 것이다. 하지만 상념에 잠기는 지상의 모든 낙타사람들이여, 사막의 신비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 임혜신

<마크 스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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