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빈치 렘브란트 고흐 피카소

2019-01-15 (화)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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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서양미술사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죽은 지 500년이 되는 해다. 또 네덜란드의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1606-1669)의 350주기이며, 음악사에서는 핸델의 260주기, 하이든의 210주기, 쇼팽 170주기, 베를리오즈 150주기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10년, 50년, 100년 단위로 역사 속 거장의 탄생과 죽음을 기념하는 해에는 이들의 예술을 기리고 재조명하는 행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진다. 셰익스피어 400주기였던 2016년에는 영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에서 위대한 극작가의 희곡들이 연극무대에 올랐고, 레너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이던 지난해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음악단체들이 연중 그를 기념하는 공연과 행사를 개최했다. 내년 2020년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고, 화가 라파엘로의 500주기이니 역시 대단한 행사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서양예술사에서 큰 인물의 기념행사가 열리는 해에는 일부러 유럽여행을 해도 좋겠다. 올해는 특히 그림 좋아하는 사람들이 테마 여행을 떠나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빈치 서거 500주년 행사 중 가장 큰 것은 루브르 박물관의 특별전(10월24일~2월24일)이다. 다빈치는 잘 알려진 대로 다방면에 공사가 다망하여 회화작품은 10여점밖에 남기지 않았는데 그중 5점을 루브르가 갖고 있다. 아울러 드로잉도 22점을 소장하고 있으니 여기에 영국, 이탈리아, 아부다비로부터의 대여를 통해 그의 걸작들을 사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은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루브르만이 기획할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화단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빛의 화가’로 유명한 렘브란트 350주기는 그의 작품을 400점이나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릭스 뮤지엄(Rijksmuseum)이 주도한다. 2월부터 회화, 판화, 드로잉 특별전을 비롯해 연중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대표작 ‘야경’의 복원작업을 대중에 공개하며, 연말에는 마드리드 프라도(Prado) 뮤지엄의 협조로 동시대 스페인 화가인 벨라스케스와 렘브란트를 비교하는 전시를 연다고 하니 이야말로 역사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창립 200주년을 맞는 프라도 뮤지엄도 16~17세기 네덜란드와 스페인 화가전을 기획,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베르메르, 프란스 한스 등의 작품을 함께 조명하는 전시를 6~9월 열 계획이다.

한편 빈센트 반 고흐는 내년이 130주기인데 올해부터 벌써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뮤지엄은 영국화가 데이빗 하크니와 반 고흐의 비교전을 3~5월 개최한다. 강렬한 원색을 즐겨 사용하는 점과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의 특이성을 살펴보는 전시다. 런던의 테이트 브리튼도 고흐가 영국에 머물던 시기에 받은 영향을 살펴보는 기획전을 3~8월 선보인다.

이 외에도 피카소의 청색시대와 분홍시대 작품을 보여주는 ‘젊은 피카소’전이 스위스의 퐁다시옹 바이엘러(Fondation Beyeler) 미술관에서, 피카소 말년의 작품을 보여주는 ‘피카소 후기작’이 독일의 바르베리니 포츠담(Barberini Potsdam) 미술관에서 열린다.

또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사진작가 도라 마르의 작품전이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마크 로스코 전이 빈의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서, 고갱의 초상화만 50여점을 모은 포트레 전이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다.

유럽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책에서 보던 작품을 눈앞에서 실제로 대면할 때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생한 감동을 받곤 하는 작품이 조각품과 건축물, 그리고 고흐의 그림이다. 조각과 건축은 3차원 입체로 보아야 제대로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고, 회화 중에서는 그 선명한 색채와 붓질이 어제 그린 듯 살아있는 고흐의 것이 언제나 그렇다.


암스테르담의 고흐 뮤지엄은 한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미국 서부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타면 대부분 암스테르담을 경유하게 되는데 이때 시간을 내서 방문하기 좋기 때문이다.

루브르는 너무 볼 것이 많아서 오히려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오는 박물관이다. 너무 욕심 내지 말고 올해 다빈치 전시만 보고와도 큰 수확이 될 것이다.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은 유럽의 뮤지엄 가운데 탑 5에 들만큼 인상적인 곳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훌륭한 콜렉션도 그렇고, 내부 구조가 그처럼 효율적으로 설계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빈의 미술사 박물관 역시 고풍창연한 분위기와 압도적인 소장품에 눈이 호사스런 곳이다.

올해 많이들 다녀오시기 바란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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