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바 의류시장에 심상찮은 ‘차이나 파워’

2019-01-14 (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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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가격 경쟁력 앞세워, 야금야금 영토확장 행진, ‘러브트리’이미 상위그룹

▶ 전문화·품질로 승부 등, 한인업체 체질개선 절실

‘한인 경제의 젖줄’이라는 LA 다운타운 의류 도매시장에 ‘중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한인 의류업체들이 떠난 자리를 메꿔가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1일 한인 의류업계에 따르면 자바시장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의류업체의 수는 대략 70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KAMA) 사무국의 자바시장 업소록에 등재된 의류업체 수가 1,548개임을 감안하면 중국계 의류업체는 전체 자바시장에서 4.5%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소수에 불과한 중국계 의류업체가 한인 의류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한인 의류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자바시장에서 급성장하게 된 것에는 가격 경쟁력이라는 위협적인 ‘사업상 무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자국내 자체 의류생산공장을 가지고 있어 미국내 판매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중간 마진을 없앤만큼 가격 할인폭도 크다는 것이 이들의 최대 장점이자 무기라는 것이다.

한 한인 여성의류업체 대표는 “2~3년 전부터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자바시장에 입점하기 시작했다”며 “매뉴팩처를 갖추고 있는 중국계 의류업체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자본력을 가지고 자바시장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들 중국계 의류업체 중 가장 성공적인 업체로 손꼽히는 곳이 ‘러브트리’(Love Tree)다. 러브트리의 정확한 매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연간 3,000~5,000만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한인 의류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정도 규모라면 자바시장내에서도 ‘톱’ 그룹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한인 의류업체 중 상위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만큼 러브트리를 비롯한 중국계 의류업체에 대항할 수 있는 한인 의류업체들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나마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 자체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라면 가격 경쟁이라도 벌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들에겐 중국계 의류업체들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바시장내에서 한인 의류업체의 위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한인 의류업체 대표는 “어찌보면 그동안 한인업체들이 편안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 온 면이 있다”며 “자체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는 대다수 업체들이 견뎌내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참에 한인 의류업체의 체질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체 생산공장 없이 버텨내기 힘든 구조라면 ‘백화점식’ 운영에서 탈피해 특정 아이템이나 디자인 등 제품의 질로 승부하는 ‘전문화’로 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인의류협회 영 김 회장은 “현실적으로 중국 바람을 막을 방법은 없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해외 의류 시장에서 중국계 의류업체들의 성공적인 안착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매뉴팩처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든, 전문화로 가든, 변하지 않으면 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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