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인의 생’

2019-01-10 (목) Louis Si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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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

이미정‘Cremation’

디킨슨은 앵무새가 있었는데
세미라미스라 부르며
무척 사랑했었다

휘트먼은 대식가였으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잡탕 스튜였다

프로스트는 긴 산책을 했다
엘리엇은 구기놀이 크로케를 했다
파운드는 펜싱 레슨을 받았다


예이츠의 사진에는
반나체로 미소 짓는
정원의 여인이 있다

늙었을 때 오든은
손님들이
화장지를 얼마나 쓰는 지를 셈했다

Louis Simpson ‘시인의 생’ 전문
임혜신 옮김

우리들의 사랑을 받은 시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때로는 눈물을 훌쩍이게도 미소 짓게도 하고 마음을 덥혀주기도 하고 사색의 숲으로 이끌어가기도 하는 시를 써낸 그들은 어떤 삶을 어떻게 살았을까? 시인이 아닌 이들과 달랐을까? 아마 그들은 지상의 우울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몇 잔의 술을 더 마시고, 그리고 절망의 강 언덕을 몇 분 쯤 더 헤매었을지도 모른다. 바닷가 달빛 아래서 라면 그들의 6센스가 몇 인치 더 동요했을지 모른다. 그 뿐이다. 그들은 새를 키우고 놀이를 하고 여인을 사랑하고 돈과 시간을 셈하면 살았다. 시인은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았다. 임혜신<시인>

<Louis Simp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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