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었으면 움직이자

2019-01-08 (화)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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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초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결심은 운동이다. 매년 새해결심 1위가 운동이라는 말은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작년에도, 또 그 전해에도 새해가 될 때마다 운동하겠노라고 결심했지만 며칠, 몇주 혹은 몇달 못가서 늘 흐지부지 돼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라며 각오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각오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새해결심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보다 결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목표를 이룰 확률이 10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이제 더 이상 라이프스타일의 선택사항이 아니다. 전보다 많이 먹으면서 훨씬 덜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운동은 건강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가져다주는 건강상 이점에 대해 지금도 매일 수많은 의학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운동을 어떻게 하면 꾸준히 계속해서 할 수 있을까? 그걸 알면 매년 새해결심 1순위에 오르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운동이란게 기본적으로 땀 흘려 온몸을 못살게 구는 행위이다 보니, 이를 자발적으로 수행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라테스 운동을 거의 9년 동안 해왔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회사 일을 마치면 곧바로 스튜디오로 가서 한시간반 동안 스트레칭과 복근운동, 유산소운동을 한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매번 힘들고 매번 녹초가 된다. 때로는 ‘셀프 고문’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필라테스는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Pilates)가 20세기초에 창안한 일종의 재활운동이다. 원래 몸이 약했던 그는 체조, 바디빌딩, 권투, 무술 등 다양한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면서 오히려 전문가가 되었고, 현대인의 건강 문제는 나쁜 자세와 호흡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교정하는 운동법을 고안해냈다. 1925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 요가와 무용 동작까지 통합 보강한 그의 운동법은 조지 발란쉰과 마사 그래함 등 유명 댄서들에게 큰 영향을 미쳐 지금도 발레리나들은 필라테스로 근육을 정리하고 재활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필라테스의 핵심은 스트레칭과 중심근육 강화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고 조절력(contrology)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이 길고 가늘게 발달하면서 몸매가 정리되고, 재활효과가 크기 때문에 척추측만증이나 비대칭골반, 거북목, 오십견 등을 가진 사람들은 증세가 호전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필라테스도 동작들의 반복이 훈련의 기본이다. 그리고 반복은 결코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매번 힘든 동작을 반복하려면 신체 지구력과 정신의 인내가 필요한데, 그렇게 지속하고 인내한다고 해서 금방 대단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요가처럼 열심히 수행하면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고, 또 각자 몸 상태에 맞게 움직이므로 잘하고 못하고도 없다. 그저 구령에 맞춰 끊임없이 몸을 괴롭히고 단련하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짧지 않은 세월동안 계속해온 이유는 하고 나면 왠지 내 몸이 좋아한다는 느낌, 뭔가 몸에게 잘해줬다는 대견함, 그리고 피곤 속에서 더 많은 활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보니 지금은 운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차이가 눈에 보인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 클래스에서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한달 다니다 관두고, 어떤 사람은 몇달 지나 그만두고, 1년 이상 버티는 사람은 손에 꼽는다. 13년전 한인타운에서 처음 필라테스 클래스를 오픈한 곳인데 그동안 찾아온 수백명 가운데 5년 이상 운동한 사람이 10명 정도, 나처럼 오래 계속한 사람은 5명뿐이라고 원장은 전한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거의 조교 수준에 이른 나를 보면 운동이 좋아서 하는 줄 안다. 그럴리가!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은 “학교 다니듯이 운동하라”는 것이다. 학교가 좋아서 다녔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안가면 안 되니까 다녔고, 그 결과 이만큼이라도 사람구실 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꿈을 크게 갖고 목표를 세우라는 조언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운동에 관해서만은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운동은 성취해야할 목표가 아니라 생활이요 습관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먹었으면 움직인다’는 생각을 뇌에 입력해 넣고 그저 매일 혹은 매주 자신이 정한 대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이 쌓여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되고 이년이 지나면 거기에 쓴 시간과 노력만큼 달라져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운동은 목표를 세워 이루어야할 무엇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켜나가야 할 건강의 조건이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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