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족의 의미 되새기는 계절

2018-1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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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가 방학을 맞으면서 본격적인 할러데이 시즌이 시작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설날까지의 열흘 정도는 축제분위기로 연중 가장 들뜨는 시기이다. 한해를 무사히 보낸 것을 함께 축하하고 새해를 맞는 설렘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계절이다. 아울러 대학진학이나 취직 혹은 결혼으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대가족이 모이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절이다.

한인이민으로서 명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크리스마스가 성탄의 의미와 기독교의 사랑을 되새기는 절기라면 설날은 자녀들에게 민족적 뿌리를 확인시켜주는 명절이다. 2세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의식이 필요하다. 설날 떡국을 먹고 한복을 입으며 세배를 하는 작은 의식들이 전통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자녀들은 한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 전통은 아울러 가족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요소가 된다.

명절은 무엇보다 가족사랑을 확인하는 기회이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나면 가족끼리 피부를 맞대며 정을 나눌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객지에서 공부하느라 일하느라 스트레스 속에 살던 자녀들은 모처럼 부모 곁에 와서 긴장을 풀고 부모의 사랑을 만끽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오랜만에 자녀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성인이 된 자녀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기회를 갖는다.

할러데이 시즌 가족모임이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느 가족에게나 남들은 모르는 미묘한 갈등들이 있고, 해묵은 상처가 있어서 사소한 말 한마디나 행동이 한순간에 분위기를 경직시킬 수 있다. 미국 심리학회 조사에 따르면 할러데이 시즌의 대표적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가족모임을 꼽는 사람이 44%에 달한다. 가족모임에서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는 것이다. 일단, 정치나 종교 등 의견대립으로 비화할 민감한 사안들은 화제로 올리지 않는 것이 모임의 지혜이다. 할러데이 시즌은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가족으로서 공동의 추억을 만드는 기회이다. 가족모임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으려면 부모와 자녀 사이, 형제 사이에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수다. 2018년 연말이 풍성한 사랑의 기억들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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